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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거리 새 불빛|심야 쇼윈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칠흑같은 어둠이 내리면 도시전체가 죽음속에 빠져드는것 같던 서울거리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영업시간이 끝난후에도 쇼윈도에 불을 밝혀두는 매장들이 많아졌기 때문. 유럽등 선진국에서 볼수 있었던 매장 PR방법이 국내에도 상륙한 것이다.
86년4월 (주)SH유통이 미국 유명 디자이너인「랠프·로텐」이 개발한 의류브랜드 폴로와기술제휴, 신사동·명동등에 국내매장을 개설하면서 선보이기 시작한 이 방식은 이후 각 업체로 파급, 현재 현대·기아등 자동차영업소의 매장, 베네똥·다니엘 에스떼등 의류대리점 매장, 보루네오가구의 일부 대리점, 신세계·롯데등 백화점까지 확산되고 있다.
운영방식은 업체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이는데, 일례로 폴로·베네똥등 의류매장은 오후9시 영업이 끝난이후 다음날 영업개시를 할때까지 계속불을 밝혀둠으로써 24시간 쇼윈도 공개가 되도록 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 전시장은 타이머를 설치, 오후10시30분쯤까지 점등하고 있다.
이처럼 각매장들이「심야단장」에 관심을 돌리게된 것은 통행금지제의 폐지로 사람들의 이동성이 높아진데다 적은 비용으로 이미지를 높일수 있기때문. 여기에 86아시안게임당시 당국이 백화점등 일부업계에 24시간 쇼윈도 공개를 요청했던 것도 큰 작용을 한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있다.
(주)SH유통 홍보과 신남덕씨는『심야에는 모든 업소가 소등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만 불을 밝혀두어도 매장의 위치를 뚜렷하게 부각시킬수 있으며, 제품의 특성을 강하게 보여줄수 있어 시도한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매장당 심야단장용 전기료는 한달 1만원정도에 불과하다는것. 여기에 방범효과라는 부수적 실익까지 계산한다면 실제경비는 무시해도 좋을것이라는게 그의 의견이다.
기아자동차영업소는 영업마감시간인 오후7시 이후 다음날 영업개시때까지 24시간 전시장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한번 보는 것 보다 여러번 볼수 있게 함으로써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반복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서울의 밤거리를 밝혀주는 쇼윈도 공개에 소비자들 역시 환영하고 있다.
최아령씨(32·서울 압구정동)는 언제든지 상품을 접할수 있어 낮시간이 넉넉지않은 소비자들이 상품선택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뿐만아니라 길눈이 어둡기 쉬운 밤거리의 지리를 확인하는데도 도움이 된다는것.
김성자양 (22·서울 서초동) 은『밤에 거리를 지나다보면 가로등이 없는 곳도 많고 있다해도 어두워 음침한 기분이 들때가 많았다』면서『고작 화려한 불빛이 나오는데는 유흥가뿐이었는데 일반상품 매장에서도 불을 밝히고 있어 도시의 활기를 느낄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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