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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 타고 유행하는 ‘페미니즘 굿즈’

중앙일보

입력

미투 열풍 타고 뜨는 '페미니즘 굿즈' 

'미투' 운동 이후 나온 휴대폰 케이스. 권유진 기자

'미투' 운동 이후 나온 휴대폰 케이스. 권유진 기자

대학생 임가영(22)씨는 최근 '위드유'라는 문구가 새겨진 휴대폰 케이스를 새로 구입했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 이후 미투운동이 확산하자 동참하고 싶은 마음에 케이스를 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임씨는 “폭력에 맞서기 위해 이 굿즈를 샀다. 직접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 만큼은 아니지만 휴대전화를 볼 때마다 운동에 동참한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미투 열풍을 타고 10~30대 여성들 사이에서 ‘페미니즘 굿즈’가 뜨고 있다. 자신의 가치관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페미니즘 운동을 후원한다는 이도 있지만 단순히 상품이 예뻐서 구매한 이도 있다고 한다. 페미니즘 물품을 판매하는 ‘달큰쌉쌀’ 대표 이모(30)씨는 “굿즈는 내가 이런 이슈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암묵적으로 보여주는 수단이다. 최근 들어 학생은 물론 회사원도 구매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뱃지나 스티커는 가장 일반적인 페미니즘 굿즈로 통한다. 권유진 기자

뱃지나 스티커는 가장 일반적인 페미니즘 굿즈로 통한다. 권유진 기자

스티커·뱃지 이어 페미니즘 문신도 늘어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건 스티커와 뱃지다. 직장인들은 회사 책상 앞에 뱃지를 달아놓는 경우가 많다. 대학생들의 경우 전공책 표지에 스티커를 붙이거나 페미니즘 문구가 쓰여 있는 티셔츠를 입고 다니기도 한다. 대학생 박서영(25)씨는 “‘공부 열심히 하면 뭐하냐. 어차피 나중에 다 집에만 있을텐데’라고 말 한 교수님이 있다. 교수님 보란 듯이 책에 페미니즘 스티커를 붙이고 다닌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은 노트북이나 교과서에 페미니즘 스티커를 붙이는 경우가 가장 많다. 권유진 기자

대학생들은 노트북이나 교과서에 페미니즘 스티커를 붙이는 경우가 가장 많다. 권유진 기자

최근 들어서는 국내에서 잘 팔리지 않던 페미니즘 에코백·뱃지·컵·티셔츠는 물론 페미니즘 타투(문신)도 유행한다. 자신의 신체에 여성을 상징하는 기호나 페미니즘 문구를 새기는 형태를 선호한다고 한다. 서울 자양동에서 타투샵을 운영하는 고경현(26)씨는 “개인적인 신념 때문에 페미니즘 타투는 최저가로 진행하고 있다. 미투 이후 체감 작업량이 확 늘었다”고 말했다.

페미니즘 관련 문구가 새겨진 에코백도 최근 들어 판매가 늘고 있는 추세다. 권유진 기자

페미니즘 관련 문구가 새겨진 에코백도 최근 들어 판매가 늘고 있는 추세다. 권유진 기자

상업화로 원래 취지 퇴색할까 우려도 

페미니즘 관련 상품은 주로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만들어진다. 소규모 업체들이 제작을 하는 탓에 자본이 부족해 미리 양산하기가 어려워서다. 모금을 할 때 ‘수익금의 일부를 주로 성폭력상담소나 페미니즘 관련 공연 제작비 등으로 쓴다’고 공지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 진행된 프로젝트인 ‘페미니즘 그 두번째, #MeToo#WithYou’의 경우 후원 마감 40여 일을 남기고 목표 금액의 1025%를 달성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른바 ‘페미니즘 굿즈’가 인기를 끌면서 기존에 이를 유통하던 이들 사이에서는 부작용 우려도 나온다. “페미니즘이 돈이 된다”며 모금·제작 업체가 난립할 조짐이 보여서다. 페미니즘 공연 관련 굿즈를 만드는 극단 하이카라 대표 서승연(25)씨는 “페미니즘 굿즈를 돈벌이로 이용하는 건 사람들의 기대를 ‘먹튀’하는 것”이라 말했다. 달콤쌉쌀 대표 이모씨도 “‘페미니즘이 돈 된다’는 얘기를 듣고 고민과 성찰 없이 뛰어드는 사람들에 대해 기존 구매자들이 반감을 갖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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