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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공간 전체를 작품화"|「프랑스 20세기 미술전」을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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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14면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프랑스 20세기 미술전 」(5월 26∼6월25일)은 새로운 디스플레이 방법을 제시, 「전시자체가 작품이다」는 점을 강조한 기획전이다.
전시공간 전체를 하나의 큰 작품으로 생각하고 그 안에 작은 작품을 파격적인 구성으로 전시한다.
작품을 모으고 흐트러뜨리고, 공간을 막고 트고, 어떤 것은 높이 어떤 것은 낮게, 걸고, 놓고, 붙이고를 자유자제로 구사한 전시혁명이다.
「베르트랑·라비에」의 쇠로 만든 입체작품 『검은 그림』뒤의 넓은 벽면을 모두 하얗게 비워둔 점, 「장-미셀·알베롤라」의 회화작품 『삵괭이와 오징어의 눈』을 터무니없이 높이 건 것등은 우리들의 고정관념을 깨뜨린 시드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전시회는 86년 한불수교1백주년-현대미술관 신축기념으로 연 프랑스현대미술전과 맥을 같이하는 두번째 기획전이다.
그때는 「마티스」「피카소」「로랑스」의 작품과 「마송」의 초현실주의 회화, 「폴리아코프」외 색채추상, 「솔라주·아르퉁」의 서정추상회화, 「뒤뷔페」의 반문화적 회화등을 선보였다. 이번에는 75년부터 87년까지 최근 경향을 보여주는 작가 8명의 입체·평면작품 41점을 내놓았다.
전시작중에는 80년대 작가로 유일하게 퐁피두에서 초대한 「르베르·콩바스」의 자유구상작품이 시선을 잡아당겼다.
색감이 강하고 이야기가 담긴 그림이지만 장식적인 면이 눈에 거슬렸다.
꼭둑각시와 사진기법을 융합하여 조물주와 인간의 관계를 추구한 「크리스티앙·볼탕스키」의 작품은 미술의 폭을 훨씬 넓혀주었다.
낡은 의자 두개를 나란히 놓고 가운데 성조기를 걸고 거울을 단 「프레장스·팡슈네트」의 작품 『이발사는 요금을 받은 적이 없다』는 예술의 정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게 했다.
정년 한국미술관에서 전시한바 있는 「클로드·비알라」의 작품은 그림을 벽면에 건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 커튼 조각이나 식탁보 같이 펴서 널거나 그물처럼 짜서 거는 가변성을 보여주었다.
이 전시회는 프랑스 현대미술의 4대 산맥인 ①개념 ②형상 ③행위 ④입체를 수용은 하고있지만 입체 쪽의 「도니그랑」「그로리아·프리드만」, 형상(신표현주의 ) 쪽의 「제라르·가루스트」「데니·라제」등의 작품도 보았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전시회를 기획한 프랑스측 큐레이터가 의도적으로 그들의 독특한 경향만을 지나치게 내보인 점은 그림잔치를 빙자, 내셔널리즘을 앞세운 문화침입행위 같은 느낌을 갖게 하기도 했다.
이규일(중앙일보 호암갤러리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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