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컨설팅회사로 몰려간 고위 경제관료 자녀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문제의 회사에 다녔다고 로비 의혹과 연계시킬 일은 아니다. 그때는 자녀가 컨설팅 회사에 다닌다는 것 자체가 자랑이던 시절이었다. 잘나가는 컨설팅 회사는 경력을 쌓기 위한 좋은 디딤돌이었다. 그러나 왜 하필이면 경제 부처 실세들의 자녀가 필사적으로 컨설팅 용역을 따내려던 이 회사에 몰렸을까. 아서 앤더슨이 용역을 따내기 위한 로비용으로 이들을 고용한 것은 아닐까. 당시 이 업체가 정부와 국책은행이 주도하던 부실기업.채권매각을 싹쓸이해 승승장구한 사실은 예사롭지 않다. 아서 앤더슨의 독주는 청와대와 정치권도 우려할 정도였다.

수완 좋은 로비스트는 전형이 있다. 대표적 특징이 로비 대상 인물의 부인이나 자녀의 환심을 사는 것이다. 주변 인물을 잘 챙겨야 로비 대상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법률에 고위 공직자 자녀의 취업을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 그럴수록 사회 정서와 관행에 따라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 공직자는 직무와 연관 있는 회사에 주변 인물의 취업을 막는 것이 최소한의 금도(襟度)다. 그래야 인맥을 활용한 로비스트의 공작에 휘둘리지 않는다.

퇴임한 고위 경제관료 출신들이 문제의 회사에 고문이나 회장으로 옮긴 것도 볼썽사납다. "로비와 무관하다"는 당사자의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오히려 전관 예우의 오해를 부를 가능성이 다분하다. 어떤 로비스트가 "로비를 위해 당신에게 이렇게 해 준다"며 접근하겠는가. 이번 아서 앤더슨 사례가 고위 공직자의 신중한 처신에 거울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