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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일자리 안정자금 실적 채우기에 노조 뿔났다

중앙일보

입력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 노조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영세 업체의 경영상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한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정책이 실적 위주로 흐르고 있다며 집단 반발했다. 정부가 기관별로 매일 할당량을 부과하고, 실적을 올리도록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1월 18일 최저임금 관련 소상공인 의견 청취 및 일자리 안정자금 홍보를 위해 서울 관악구 신림사거리 일대 상점가를 방문했다. [청와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1월 18일 최저임금 관련 소상공인 의견 청취 및 일자리 안정자금 홍보를 위해 서울 관악구 신림사거리 일대 상점가를 방문했다. [청와대]

근로복지공단, 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공단 등 5개 노조로 구성된 '전국사회보장기관 노동조합 연대'가 12일 이런 내용의 성명을 냈다.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 노조 성명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 맥락없는 실적 압박" #"기관별 매일 건수 할당…비정상적 실적 위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일자리 안정자금은 6일 현재 100만명이 신청했다. 전체 대상자 236만명의 43.6%다. 그런데 노조는 이게 건수 올리기 식의 무리한 실적 독려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로 인한 부작용을 노조는 우려했다.

노조연대는 성명에서 "최저임금 1만원과 일자리 안정자금 정책 취지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맥락 없는 업무 가중과 실적압박은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업추진의 조급성으로 보여주기식 실적 위주로 흘러가고 있다"며 "기관별로 매일 접수 건수 할당과 실적을 압박해 조직 내 갈등과 비정상적 조직운영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에 따르면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 서류가 지나치게 복잡한 것은 물론 업무를 다루는 기관 간에 시스템이 공유되지 않아 영세 자영업자에게 불편을 가중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노조 조창호 정책기획실장은 "기관별로 업무 배분이나 공유가 안 이뤄져 1개 영세기업에 담당 기관은 물론 지자체 담당자까지 중복해서 다녀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결국 실적에 쫓겨 사업주만 힘들게 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근로복지공단노조 윤상술 수석부위원장은 "2월에는 30만개, 3월에는 50만개 식으로 할당량이 내려왔다"며 "신청 실적은 물론 전화 상담을 한 실적까지 체크하고, 매일 기관별 실적 비교자료를 정부가 내려보내며 경쟁을 시키는 방식으로 압박한다"고 말했다.

윤 수석부위원장은 "이런 식으로 업무가 처리되면 사후 관리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관 간의 실적 경쟁에 치중하다 보면 신청과정에서 사전 검증이 제대로 안 될 수 있다.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에 오류가 생기거나 부정수급이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이 경우 채권확보와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 과정에 문제가 생긴다는 게 윤 부석부위원장의 지적이다.

노조연대는 "정부는 정책의 신뢰유지를 위해 현장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땜질식 처방이 아닌 안정적 사업추진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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