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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바람타고 「교육민주화」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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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자율과 민주화의 전환기를 맞아 교육계가 몸살을 앓는다.
이해관계 대립과 견해차가 빚어내는 갈등과 혼선-.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누적된 문제점과 모순을 해결하는데 따르는 불가피한 진통임에 틀림없다.
지난해 활동을 마감한 교육개혁심의회가 진단한 우리 교육의 「위기적 상황」은 어떤 식으로든 개혁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부는 물론 온 국민의 관심과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교육문제의 경우 시행착오와 혼란은 그 직접적인 피해자가 배우는 학생일수도 있다는 점에서 개혁은 신중하고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현재 교육계에서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사안을 중심으로 교육민주화 진통의 안팎을 점검해본다.
◇국·공립대 총·학장선임=종전 정부의 일방적인 임명방식을 개선, 대학 자율화 조치의 일환으로 대학별로 「총·학장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후보를 복수로 추천, 정부가 임명한다는 방식.
그러나 이번 1학기부터 시행된 추천임명제에 대해 대학인들의 반발로 목포대와 강원대는 3개월째 총·학장 자리가 공석으로 남아 있다. 현재까지 추천 임명제에 의해 대전공업대·부산공업대·청주교대·충주공전등 4개교의 학장이 임명됐다.
목포대의 경우 지난해말 교수들이 직선으로 뽑은 강태석교수(경영학과)를 임명해달라고 요구하고 학생들도 이에 동조해 수업거부가 계속되고 있다.
전남대도 오는 7월31일 김영인총장의 임기만료를 앞두고 지난3일 교수평의회 주관으로 오병문교수(교육학과)를 직선으로 선출했다.
교수협의회를 중심으로 총·학장 직선제를 요구하는 이유는 외부인사가 포함되는 추천위원회가 외부의 영향을 받아 총·학장을 선출할 가능성이 많다는 주장이며, 교수들의 뜻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직선제가 최선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문교부 측은 직선제의 경우 학연·지연등 파벌경쟁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 교수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장치를 마련하되 절차는 추천위원회를 거치도록 고집하고 있다.
한편 강원대의 경우 추천임명제와 교수 직선을 절충한 방안으로 총장후보 공모까지 했으나 학생들이 입후보 예정자 3명을 찾아가 「어용교수」라는 등의 이유로 후보포기를 강요, 끝내 후보등록자가 없어 현재까지 표류하고 있다.
총·학장 직선제는 각 대학의 교수협의회가 비슷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총·학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대학마다 진통이 예상된다.
◇교장 임기제=지난해 대통령 선거때 민정당이 내놓은 수많은 공약에 파묻혀 있다가 최근정부가 내년 시행을 목표로 여론 수렴후 시행방안 마련에 나서면서 교육계에 큰 쟁점으로 대두됐다.
특히 교장 임기제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는 현직교장등 관리자 층과 시행을 요구하는 평교사간의 견해차가 교육현장에 심각한 갈등요인으로 작용할 우려도 있다.
교장 임기제가 노리는 목표는 교단의 민주화와 교사의 승진적체 해소.
교사들은 교단의 관료화와 경직화 현상이 교장 장기재직 때문이라고 지적, 교장이 되기 위한 비교육적 행태를 해소하고 유능한 교사들에게 승진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 교장 임기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현직교장들은 교장임기제가 목표로 하는 교단의 민주화나 승진적체 해소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며 오히려 역기능이 많다고 반박한다.
특히 현직교장을 임기제에 포함시키느냐, 또는 소급 적용하느냐 하는 문제는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걸려있어 쉽게 결론 내리기 어려운 부분이다. 다만 현직교장을 적용대상에서 제외시킬 경우 교장 임기제는 실효가 없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교단의 문제점을 교장임기제로 해결하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교직사회에 큰 영향을 주는 임기제를 선거공약으로 제시, 정치에 이용하려는 듯한 인상을 준 것에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현행의 교원 승진임용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공통된 주장에는 당국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교사임용 고시제=지난해 교육개혁심의회가 중등교원 신규임용제도 개선안을 제시, 문교부가 이를 검토함에 따라 국립사대 재학생들이 크게 반발하며 시위·농성으로 번지고 있다.
교개심은 현행 「국립사대 입학=졸업과 함께 자격증 부여=국가가 임용 책임」으로 된 임용제도를 개선, 국·공·사립대를 망라한 사범대 입학생중 우수학생에게 「사도장학금」을 주어 졸업후 우선 임용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모두 임용고시를 거쳐 공립중등학교에 임용한다는 방안을 제시한다.
이에 대해 그동안 사범대졸업자의 공평한 임용을 요구해온 사립사범대 학생들은 크게 환영하고 있으나 국립 사법대 측은 사범대 교육의 「고시학원화」등 원론적인 문제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전국 12개 국립사범대 학장들은 27일 협의회를 열고 임용고시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확인, 이를 문교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교사 임용고시제는 국·사립대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만큼 정부차원의 결단이 필요하고 그 결정에 대한 어느 한쪽의 심각한 반발이 예상되는 문제다.
그러나 날로 심각해가는 미임용교사 적체현상과 임용제도의 불합리점은 어떤 방식으로든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이 교육계의 반응이다.
◇고교평준화 개선=「하향 평준화」란 비난을 받으며 74년부터 시행되어온 고교 평준화제도는 최근 문교부가 평준화적용지역 조정권을 시·도교위의 자율적인 결정에 위임함으로써 21개 평준화 지역에서의 고교별 입시 부활이 가능케 됐다.
그러나 평준화제도의 개선은 사립고 측의 반발과 고교별 입시의 부작용(중학교육의 파행운영및 과외욕구의 재발, 학교차의 등장, 학생인구 도시집중)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당초 사학의 자율성을 들어 고교별 입시를 주장했던 사립고 측은 평준화 개선안이 확정되자 학생들의 공립선호경향과 교육적인 문제점등을 이유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한사립중·고 교장회는 원주·부안등 7개 평준화지역 학부형들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평균 67%가 현행 평준화제도를 찬성으로 응답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 서울등 대도시와 도청소재지를 제외한 원주·성남·천안·이리·군산·목포·안동·진주·마산등 9개 도시는 6월말까지 평준화 해제여부를 확정, 89학년도 고교입시방법을 결정하게 된다.
평준화 해제결정에는 지역주민의 여론과 지역실정이 우선 고려되어야 한다. 즉 여론 주도층만의 의견이 아닌 각계각층 교육수요자의 의견을 종합, 공통분모를 찾는데 최선을 다해 시행착오를 줄여야할 것이다.
◇보충·자율학습 개선=종전 획일적으로 실시해왔던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을 각 학교장 자율결정에 위임, 교사와 학생·학부형의 합의에 의해 시행방안을 마련토록 했다.
이같은 개선방안 마련 과정에서도 나타났듯이 교장과 학부형은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의 확대실시를 희망하고 있으나 교사들은 수업부담 과중등의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대한교련과 전교협은 보충수업및 자율학습의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은 속성상 임시준비 위주의 획일적인 실시로 갈 수밖에 없고 또 학교간 경쟁으로 과열될 수밖에 없다. 이같은 현상은 벌써부터 획일적·강제적 보충수업과 이른 아침및 늦은 밤 자율학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학교에 따라서는 과중한 근무부담에 대한 교사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보충·자율학습 자율화의 배경은 교사·학생·학부형의 의견을 종합, 학교별 실정에 맞는 최선의 교육적인 방안을 마련하는데 있다. 따라서 교사의 의사에 반하는 업무 부담과 학교간 경쟁으로 인한 과열양상은 스스로의 자제로 극복해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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