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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번 재수 33세 여성 최고령 프로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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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도은교

도은교

바둑 전문채널인 바둑TV 진행자로 잘 알려진 도은교(33·사진)씨가 ‘늦깎이’ 프로기사가 됐다. 지난 8일 서울 마장로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49회 여자 입단대회에서 이단비·이도현 초단과 함께 수졸(守拙·초단)에 올랐다. 32세 6개월 27일. 여자기사 중 최고령 입단 기록이다. 보통 10대 후반에 입단하는 것을 고려하면, 15년 정도 늦은 셈이다. 현재 여자 입단자 가운데 최연소인 김경은(15) 초단과는 18살 차이다.

증권사 출신 바둑TV 진행 도은교씨

입단 여정은 극적이다. 도 초단은 어린 시절 기재가 남다른 바둑 꿈나무였다. 12세에 대한생명배 세계여자아마바둑선수권대회에 한국대표로 출전해 정상에 올랐고, 프로기사 산실인 한국기원 연구생 2조까지 오르며 입단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바둑 대신 학업을 택했다. 연세대 수학과에 진학했고, 증권사를 다녔다. 도 초단은 “가세가 기울면서 바둑을 포기했지만, 어린 시절을 보낸 바둑 동네를 잊을 수 없었다”며 “서른살 되던 해에 부모님 반대를 무릅쓰고 다시 바둑을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바둑계로 복귀한 도 초단은 바둑TV 캐스터로 활약했다.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 당시, 진행을 맡았던 그는 이 9단이 1국에서 패하자 눈물을 보여 화제가 됐다. 방송 일을 하지 않을 때 입단 준비를 했다. 틈틈이 아마추어 대회도 출전했고, 지난해 아마여자국수전에서 우승했다.

노력에도 불구하고 입단의 꿈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도 초단은 “바둑 동네로 돌아올 때만 해도 불안하지 않았는데, 계속 입단 대회에서 떨어지고 해가 여러 번 바뀌니 불안감이 커졌다. 몇 년 전부터는 온종일 도장에 나가 바둑 공부를 하며 입단 준비에 매진했다”고 회상했다.

입단에 성공한 건 14번의 도전만이다. 10대에 7번, 30대에 7번 입단대회에 나갔다. 어렵게 프로가 된 도 초단에게 꿈을 물었다. 도 초단은 “막상 입단하고 나니 만감이 교차한다. 이제는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왔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어린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프로기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정아람 기자 aa@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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