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회의 「정치기능」회복 시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여소야대의 13대국회가 뜻밖에 순탄한 분위기속에 출발했다.한때 야당이 시비를 걸었던 민정당의 국회의장 후보가 무난히 선출돼 원구성도 순조롭게 끝났고 야당측이 개원식 대통령입장때 기립박수를 보내는등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있다.
4· 26총선 직후나 개원에 이르기까지 한달남짓 걸린 협상과정의 진통에 비교해보면 당초의 비관적 예상과는 크게 달라진 분위기다.
이는 청와대4자회담 성사에서 보듯 여야간의 대화 가능성이 열리는 정국전체의 흐름과, 보다큰 정치적 책임과 기대가 야당에 부하된 4당체제로의 여건변화 때문인 듯하다.
정치환경이 그만큼 변화해가고있어 국회가 그런 변화에 과연 적절히 대응할 것인지를 시험받는 하나의 전환기에 처해있는 것이라고도 할수 있다.
물론 여권의 정국운영 구상과 대권에 대한 재도전 기회를 노리는 3김씨의 정치구도가 저변에 깔려있고 폭발성을 감추고 있는 5개특위의 앞으로의 조사활동이 미칠 영향들을 고려한다면 13대국회 전도를 낙관적으로만 전망할수 없게 되어있는 것도 사실이다.
권외의 압력요인들도 없지않다. 이미 이념적·계층적인 다양한 욕구들이 분출되기 시작한 판이다.
이런 정치적 변수들을 여야가 과연 국회라는 정치권 안으로 끌어들여 정치적으로 수습해낼수 있을지의 여부가 관심사다.
그런 의미에서 우선 이번 국회는 정치적 기능을 회복해야할 과제를 안고있다.
13대 국회는 과거 어느 국회보다 무게가 무거워졌다.
3김씨가 야당의총재로 원내에 진출함으로써 중요한 정치적 세력들이 모두 국회로 모이게 됐다.
더우기 여당이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하고 야권3당이 원내과반수를 차지한 4당체제라는 새로운 상황에서 종래의 여야게임으로만 해석할수 없는 4당간의 정치적 역학관계가 국회운영 방향을 결정하게됐다.
이같은 국회내 여야구조의 변화로 인해 정부와 국회의 관계는 종전과는 전혀 다른 시각에서 조정돼야 하게됐다.
여당이 정부·국회를 모두 지배하던시절 국회가 행정부의 통치를 뒷받침했던 「통법부」 외 역할에서 벗어나 입법부로서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야하는 구체적인 작업이 시작돼야한다.
이를위해 여야가 관심을 둬야할 부분은 국회의 권능을 회복하는 조치와 관행의 확립이다. 정부제출 법률안등 의안에대한 형식적 심사, 빈약한 입법활동등이 보완되는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특히 예산· 결산에대한 실질적 심의체제는 전면 조정돼야한다. 정부제출 예산에 대해서는 으례 반대투쟁을 벌이고 그러고나서 결산은 형석적인 단기간의 심사로 훌쩍 추인하던 심의방식을 바꾸는 조치가 필요할것 같다.
국정수행에 대한 국회의 통제권을 적절히 수행할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과거 관폐·민폐나 끼치던 국정감사방식은 지양돼야 하며 국정전반에대한 국회의 감독과 조사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돼야할것이다.
그런 점에서 새로이 청문회제도등의 도입을 시도하는것은 바람직하게 보인다. 앞으로 국회의 가장 큰 관심은 야당이 제기해놓고 있는 △광주사태 △제5공화국 비리조사 △양대선거부정 △반민주악법 개선 △지역감정해소등 5개 특별위의 조사활동이다.
5개 특위가 공개청문회 형식으로 진행되면 정국의 관심은 이쪽으로 쏠리게 된다.
지금까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시각에서 주장됐던 광주문제 같은 것에 대해 관계자 모두 증언하는 계기가 처음 이뤄지게 된다. 이런것이 사태를 악화시킬지, 치유책이 될지는 속단할수 없으나 진상에 대한 객관적접근 노력의 시작은 될수 있다.
광주문제나 제5공화국 비리조사와 관련해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역시 전두환전대통령을 증인 또는 참고인으로 국회에 직접 환문할 것인가의 여부다. 상황이 여기까지 갈때 여권내에 복잡한 긴강관계가 조성될 것이고 정국전체도 영향을 받을것이 틀림없다.
광주사태나 권력형비리사건은 원한과 분노, 추문따위가 뒤얽혀 지극히 감성화될수 있는 사건들이다.
국회가 이런 문제에 이성적으로 대처해 나가고 정치적매듭을 지을수 있을지 여부가 커다란 주목거리다. 광주문제등에 대한 「제도권적」 해결을 인정하지 않는 세력이 정치적 공세로 몰고올 경우 야당이 이에 편승하게 되면 국회는 금방 그 바람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며 그렇게되면 13대국회의 명운도 험난하게 될것이라는게 일반적 관측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국회는 장외세력의 정치적 영향력을 수렴해내야할 과제를 안고있다.
문제가 원내에서 수습되지 못한다면 어차피 장외로 번져나갈 수밖에 없으며 그땐 달리 수습하기 어려운 상황이 일어날수도 있다.
모두 그런 시기가 빠른 시일내에 닥쳐올 것으로 예상들을하고 있다. 재신임투표·지자제등이 실시되는 올림픽이후 내년 상반기까지를 13대국회외 위기로 보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될 경우 국회만의 위기가 아닐 것임은 자명하다.
과연 13대 국회가 그들에게 부하된 산적한 정치적 난제의 무게에 짓눌려 버릴지, 아니면 그것을 수습하고 정치의 중심권인 장으로서의 기능을 회복하게될지 주목된다. <김영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