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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번호 19 → 25 → 5 → 18 → 28 … '빨간 양말' 최희섭 마지막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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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최희섭이 26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타격 훈련을 위해 몸을 풀고 있다. [포트마이어스(플로리다주) AP=연합뉴스]

19-25-5-18-28. 로또 번호? 아니다. '빅 초이'최희섭(보스턴 레드삭스)이 메이저리그팀에서 달았고, 현재 달고 있는 등번호다. 2002년 시카고 컵스(19)부터 2004년 플로리다 말린스(25), LA 다저스(5.18), 그리고 올해 레드삭스(28)까지. 그가 한 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떠돌아다니고 있음을 상징해 주는 숫자들이기도 하다. 최희섭은 25일(한국시간) LA 다저스에서 방출된 뒤 레드삭스로 이적했다. 다저스는 최희섭의 몸값(연봉 72만5000달러)을 아까워했고, 레드삭스는 그 몸값을 떠안고 기대를 걸어보겠다는 선택을 했다. 최희섭이 만일 레드삭스에서도 3월 30일 이전에 방출되면 15만8000달러만 받게 된다.

붙박이 1루수가 없는 레드삭스가 최희섭을 받아들였지만 최희섭이 주전 1루수를 차지할 가능성은 작다. 오른손 케빈 유킬리스와 왼손 JT 스노가 공격형-수비형 1루수로 기용될 것이 분명하고, 그 둘 모두 극히 부진하거나 누가 다칠 경우에만 최희섭에게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테오 엡스타인 레드삭스 단장은 지역신문 보스턴 글로브와의 인터뷰에서 "최희섭은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회 기간에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최희섭의 타격은 마이너리그 시절보다 나빠졌다"고 평가했다. 마이너리그 시절에는 앨버트 푸홀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미겔 카브레라(플로리다 말린스) 등 걸출한 유망주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으나 이제는 같은 레벨의 선수가 아니라는 냉정한 평가다. 레드삭스로의 이적은 최희섭에게 빅 리그에서의 마지막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더 나빠지면 메이저리그 도전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최희섭은 이적하자마자 26일 벌어진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경기에서 대타로 출전, 1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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