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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학력 등 신상 털기에 악플까지…도 넘은 미투 2차 가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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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지사. [연합뉴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연합뉴스]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사회적으로 거센 가운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피해 여성이나 가해자 가족을 향한 2차 가해가 덩달아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선 실명으로 피해를 고발한 사람에게 외모를 비하하거나 그의 신상을 터는 글들이 쏟아진다. 방송에 출연해 법무부 고위간부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서지현(45·사법연수원 33기) 통영지청 검사의 경우 포털 사이트에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외모가 뜬다. 안 전 지사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김씨는 연관 검색어로 학력·나이·프로필 등 신상 관련 단어가 나온다.

8일 오전 유튜브 인기 영상에는 김지은씨 신상 관련 영상이 올라와있다. [사진 유튜브 화면 캡처]

8일 오전 유튜브 인기 영상에는 김지은씨 신상 관련 영상이 올라와있다. [사진 유튜브 화면 캡처]

김씨 관련 비난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부 네티즌들은 소셜네트워크(SNS) 등 온라인상에서 김씨를 지목해 ‘불륜관계’ ‘성폭행으로 둔갑한 치졸한 공작’ ‘유부남과 놀아난 XXX’라는 등의 내용으로 공격하고 있다. 이같은 SNS상의 글들은 ‘안희정건 핵심요약’등의 이름으로 확산하고 있다. 김씨가 JTBC 뉴스룸에 출연한 5일 이후 유튜브에서는 김씨 관련 영상이 인기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김지은 비서는 누구냐’ ‘나이·학력·결혼 프로필’ 등처럼 논점과는 상관없는 영상이 대다수다.

미투 폭로 대상자들의 가족들도 인격 모독에 시달리고 있다. 배우 조재현에게 성추행 등을 당했다는 ‘미투’ 폭로 후 딸 배우 조혜정과 성폭력 행위가 고발된 배우 조민기의 딸 조윤경씨는 SNS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하거나 댓글창을 닫았다. 한 평론가는 “가족에 대한 비난은 또 다른 가해 행위이며 동시에 인권 침해라는 점에서 자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7일 ‘미투(#MeToo) 공감·소통 제1차 간담회’에 참석해 “성폭력 생존자와 조력자를 비롯한 많은 여성들이 서로 공감하고 연대해 변화의 바람이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다”며 “문화예술계를 포함한 민간부문의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을 빠른 시일 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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