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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해피야, 약국 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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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22일 오후 서울 돈암동 W스토어 성신여대점. 백화점처럼 확 트인 75평 규모 매장에 샴푸.화장품.문구 등이 진열돼 있었다. 매장 한 구석에는 직원들이 오렌지색 제복을 입고 소비자들에게 피부 테스트를 해주고 있다. 발 마사지를 받고 있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이곳은 화장품 판매점이나 편의점이 아니다. 약국에서 생활용품을 함께 파는 '드러그 스토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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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찾은 한유정(26)씨는 "두통약을 사러 왔다가 화장품까지 함께 구입했다"고 말했다. 약사 유수진씨는 "지난해 말 드러그 스토어로 바꾼 뒤 약보다 생활용품이 더 많이 팔린다"며 "처방전 수익도 덩달아 늘었다"고 말했다.

동네 약국이 '드러그 스토어'로 변신하고 있다. 약만 팔던 약국에서 화장품.생활용품.애견용품.식품까지 판매하는 것이다. 의약분업 이후 대형 약국에 밀린 중소 규모 약국들이 취급 품목을 늘리면서 이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일부 약국의 경우 매장의 절반을 털어 생활용품과 화장품 전문 판매대까지 만들었다. CJ.GS.코오롱 등 대기업들도 드러그 스토어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 기업들 잇따른 진출=지난해 하반기 첫 점포를 연 코오롱의 W스토어는 올해 말까지 모두 38개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코오롱은 기존의 약국과 가맹점 계약을 해 매장을 확장하고 있다.

약국에 인테리어 및 판촉 비용도 지원한다. GS유통은 홍콩의 허치슨왐포아 그룹 소속인 AS왓슨과 손을 잡고 이달 초 'GS왓슨'을 열었다. CJ는 드러그 스토어 '올리브영'을 올해 20개 더 열어 연말까지 40여개 점포를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일부 화장품.생활용품 업체는 약국 전담 영업팀을 만들고 판매 약국을 물색하고 있다. 40여개 약국에 입점한 이지함 화장품은 올 초부터 전담팀을 운영 중이다. 이 팀은 ▶유동인구가 많고▶중.고등학교가 가까우며▶여자 약사가 근무하는 약국을 대상으로 물건을 납품할 점포를 수소문한다.

로레알의 '비쉬'는 600여 개 약국에 화장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 오은주씨는 "500억원 규모의 약국 화장품 시장이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본다"며 "최근 지방 약국에서 물건을 판매하고 싶다는 전화가 많이 온다"고 말했다.

◆ 드러그 스토어 정착할까=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중소 약국들이 취급 품목을 다각화하면서 매출도 좋아졌다"며 "의약분업 이후 확 줄었던 약국 숫자도 최근 분업 전 수준으로 회복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드러그 스토어가 국내에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CJ 최우석 부장은 "일본의 경우 편의점 수가 1만개를 정점으로 줄어들면서 드러그 스토어가 각광을 받았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 백인수 연구원은 "앞으로 가장 유망한 유통 형태를 드러그 스토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규모가 영세한 점포가 많고 취급 품목 또한 전문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대기업 운영 약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잡다한 물건을 파는 구멍가게 수준"이라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 드러그 스토어(drug store)란=약과 함께 생활용품.화장품 등을 파는 유통 형태다. 미국.홍콩.일본 등에서 1970년대에 생겨나 90년대 들어 본격적인 소매 업종으로 떠올랐다. 대표적인 업체는 미국의 월그린, 일본의 마쓰모토 기요시 등이다. 국내에서는 CJ가 99년 '올리브영'을 열며 이 사업에 처음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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