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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보여도 살펴야 하는 땅속 수도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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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강찬수
강찬수 기자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지난해 9월 11일 부산 영도구 동삼동에는 358㎜의 비가 퍼부었다. 1년 치 강수량의 4분의 1이 하루에 쏟아지면서 도로가 침수되고 주택이 무너지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반면 지난해 전국 연간 강수량은 967.7㎜로 평년 1307.7㎜의 74%에 머물렀다. 강원 영동과 영남 지역 등에서는 지난 여름 이후 가뭄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기후변화로 날씨가 헝클어지면서 홍수와 가뭄이 번갈아 나타나고 있다. 온난화로 강수량이 는다고 하지만 여름에만 집중된다. 겨울과 봄 가뭄이 심할 때는 제한급수를 받는 지역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물 부족을 걱정하고, 수돗물이 땅속으로 새나가는 것을 막아야 하는 이유다.

최근 환경부가 낸 ‘2016년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여전히 팔당댐 저수 용량의 2.8배인 6억8250㎥의 수돗물이 새나가고 있다. 평균 수도요금을 적용하면 연간 4800억 원어치, 생산원가로 계산하면 5922억 원어치의 수돗물이 사라지는 셈이다.

에코사이언스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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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조금씩 개선된다는 신호는 있다. 2016년 한해 전국 누수량은 6억8250만㎥로 2015년의 6억8700만㎥보다 0.7% 줄었다. 누수율도 10.9%에서 10.6%로 0.3%포인트 낮아졌다. 동시에 유수율(有收率)도 84.3%에서 84.8%로 0.5%포인트 높였다. 몰래 사용하는 경우나 계량기 불량으로 수돗물을 공급하고도 요금을 걷지 못하던 곳에서 물값을 걷는 비율이 높아진 것이다.

덕분에 전국의 수돗물 생산원가는 ㎥당 평균 868원으로 2015년의 881.7원보다 1.6% 낮아졌다. 수돗물 생산원가가 낮아진 것은 수돗물 관련 통계작성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물이든, 돈이든 낭비 요인을 줄인 덕분이다.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수도관이 빠르게 노후화되기 때문이다. 2011년에는 21년이 넘은 노후 수도관이 3만9279㎞로 전체의 22.7%였지만, 2016년에는 6만3190㎞로 전체의 31%로 늘었다. 매년 교체되거나 개량되는 수도관은 1% 남짓에 불과하다.

보이지 않는 땅속에 묻혀있다고 괄시할 수 없는 게 수도관이다. 투자하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면 누수를 줄이는 것도, 생산비를 줄이기도 어렵다. 더욱이 맑은 수돗물로 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일은 불가능하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