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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세 디 마이오가 이끄는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 돌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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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루이지 디 마이오. [AP=연합뉴스]

루이지 디 마이오. [AP=연합뉴스]

이탈리아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과 ‘극우’ 바람으로 뒤덮였다.

이탈리아 총선 새 정치 지형 예고 #오성운동, 창당 9년 만에 1당으로 #베를루스코니 손잡은 동맹당 약진

4일(현지시간) 실시된 총선의 개표 결과 포퓰리즘·극우 정당에 유권자의 50% 이상이 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EU) 주요 회원국인 이탈리아에 극우·포퓰리즘 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이 열리자 영국 BBC는 “EU의 악몽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탈리아 내무부에 따르면 5일 개표가 80%가량 진행된 가운데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우파연합이 득표율(하원 기준) 37%로, 다수 의석을 점하지만 과반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살 루이지 디 마이오(사진)가 이끄는 반체제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은 예상을 웃도는 32.6%를 얻어 창당 9년 만에 이탈리아 최대 정당이 되는 기염을 토했다. 중도좌파 집권 민주당은 19% 안팎의 저조한 득표율을 보였다.

총선을 앞두고 중도우파 전진이탈리아당(FI) 소속의 82세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반이민을 내세우는 동맹당, 극우 민족주의 이탈리아 형제당과 우파연합을 꾸렸다. 탈세 유죄 판결로 내년까지 ‘킹’이 될 수 없자 ‘킹 메이커’를 맡기 위해 극우 세력과 손을 잡았다. 중간 개표 결과 동맹당이 17.5%의 득표율로, FI(14%)를 앞서면서 베를루스코니는 주도권을 잃게 됐다. 인종차별적 언급을 일삼으며 강제 추방 등 과격한 반이민 정책을 내건 마테오 살비니 동맹당 대표는 “이제 우파연합을 이끄는 것은 동맹당”이라고 말했다.

어느 정당도 단독으로 과반을 넘지 못하는 ‘헝 의회’가 현실화함에 따라 이탈리아 정치권은 연정을 모색해야 한다. 다수당인 우파연합이 일부 중도좌파 정당의 지지를 받아 집권할 수 있는데, 살비니 동맹당 대표가 총리직을 벼르고 있어 이탈리아에 극우 총리가 등장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살비니 대표는 이날 “유로존 탈퇴 국민투표는 검토하지 않는다”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려 애썼다.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과 극우 동맹당이 결합해도 과반 의석 확보가 가능하다. 디 마이오 오성운동 대표는 “책임감 있게 집권을 위해 모든 세력과 연대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살비니 대표는 오성운동과의 연정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협상 끝에 두 정당이 손을 잡으면 이탈리아 정치지형은 중도를 버리고 포퓰리즘과 극우로 이동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오성운동이 중도좌파 민주당과 연정을 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신생정당인 오성운동은 지각 변동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 신랄한 풍자로 유명한 코미디언 출신 베페 그릴로(69)와 컴퓨터공학자였던 고 잔로베르토 카살레조가 발족했는데, 초기엔 정치권의 부패 척결에 앞장섰다. 이들이 2007년 탈세 등 부패 정치인의 명단을 공개하고 전국적으로 ‘엿 먹이는 날’ 행사를 조직하자 200만 명 가량이 동참했다. 이런 참여 열기를 읽고 직접 민주주의를 내건 디지털 정당을 표방했다. ‘루소’라는 온라인 투표시스템으로 당 정책을 결정하고 선거 후보자를 뽑는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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