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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브리핑, 북 방송보다 25분 늦어 … 기자 동행 안 한 특사단 ‘깜깜이 방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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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단이 5일 오후 2시50분쯤 평양에 도착한 소식은 이날 오후 5시35분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가 먼저 보도했다. 조선중앙TV 보도 전에도 청와대 관계자는 “도착 소식도 아직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북한 보도 25분 뒤인 오후 6시 브리핑을 통해서야 관련 소식을 알렸다.

통일부, 하루 종일 “내줄 자료 없다” #일각 “정부, 남북관계 있어선 불통”

이 브리핑에서 청와대는 특사단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면담과 만찬을 진행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북한이 특사단을 어떻게 대우하는지 가늠자가 될 수 있는 면담 및 만찬 장소며 북측의 배석 인원 등은 알리지 않았다. 기자단 동행 취재가 허용되지 않아 모든 일정이 비공개였기 때문이다. 남북 관계 주무부처인 통일부 당국자들은 하루 종일 “저희가 내놓을 자료는 없다”고만 했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평양의 특사단은 서울에 즉시 보고하는 팩스 통신망을 구축했다. 사진은 e메일을 통해 전달했다고 한다. 이런 방식으로선 국민에게 전달되는 정보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남북 대화 국면에서 정부가 언론을 소외시키는 이른바 ‘언론 패싱’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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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북한에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특사로 방한했을 때는 북측 기자 여러 명이 동행해 근거리 취재를 했다. 지난 1월 1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실무회담 때도 통일부는 기자단 동행취재를 허용하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실무회담엔 기자단을 데리고 가지 않는 게 일반적이어서 그렇게 결정했다”고 했지만 당시에도 북측 기자단은 현장 취재를 했다.

지난달 25~27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한 때도 정부는 일정 비공개로 일관했다. 문 대통령이 평창 겨울올림픽 폐막식 전에 김영철을 만난 것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김영철과 만찬을 한 사실은 사후에야 공개됐다. 1월 21~22일 북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공연시설을 둘러보기 위해 방한했을 때는 처음에 현송월의 활동 모습도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다 언론의 항의를 받은 후에야 마지막 일정인 서울 중구 국립극장 현장을 돌아보는 현송월의 모습을 3분가량 공개했다. 당시 현송월에게 질문을 하려는 기자들에게 우리 측 요원이 “불편해하신다”며 저지하는 일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신기자는 “소통을 중시하는 정부가 남북 관계에 있어서는 불통인 것 같다”며 “청와대가 자기 입맛에 맞는 정보만 공개하겠다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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