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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화 감독 "분희 언니 못 와서 아쉽지만...기회는 꼭 있을 것"

중앙일보

입력

현정화 한국마사회 탁구단 감독. [연합뉴스]

현정화 한국마사회 탁구단 감독. [연합뉴스]

"오지 못한다고 하니까, 마음이 좀 착잡하네요."

5일 통일부가 평창 겨울패럴림픽에 참가할 북한 선수단 24명의 명단이 확정되자 현정화(49) 한국마사회 탁구단 감독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파트너로 함께 했던 이분희(50) 조선장애자체육협회 서기장이 이번 선수단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초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측 선수단 등에서 나온 얘기를 놓고 파악하면 (이분희의 참석)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실제 명단엔 이 서기장의 이름이 포함되지 않았다.

1991년 5월 일본 지바에서 열린 제41회 세계탁구 선수권대회에서 남한의 현정화(오른쪽) 선수와 북한의 이분희(왼쪽) 선수가 코리아팀으로 함께 경기하고 있다. [중앙포토]

1991년 5월 일본 지바에서 열린 제41회 세계탁구 선수권대회에서 남한의 현정화(오른쪽) 선수와 북한의 이분희(왼쪽) 선수가 코리아팀으로 함께 경기하고 있다. [중앙포토]

통일부 발표 직후 중앙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현 감독은 "마음이 착잡하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현 감독과 이 서기장은 1991년 남북 탁구 단일팀의 여자 단체전 우승을 합작하면서 우정을 쌓았다. 둘은 지속적으로 언론을 통해 애정을 과시해왔다. 이 서기장은 한국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현정화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 중 한 명"이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 지난 2012년 런던 패럴림픽 때 북한 선수단장을 맡았던 이 서기장은 2014년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 때 한 차례 방남할 기회가 있었지만 대회 직전 교통사고를 당해 결실을 맺지 못했다.

이 서기장은 남측으로 치면 '장애인체육회 회장'을 맡고 있어 이번 패럴림픽 참가가 유력한 상황이었다. 현 감독은 이 서기장의 방남에 대비해 미리 개인 일정도 비워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 감독은 지난 1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분희 언니가 온다고 한다면 난 무조건 만나러 갈 거다. 그리고 27년 만에 만나면 먼저 언니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 선수단 명단에 포함되지 않아 이번 패럴림픽에서의 만남은 이뤄지지 못하게 됐다.

1991년 남북 단일팀 당시 현정화(왼쪽)-이분희. [사진 현정화]

1991년 남북 단일팀 당시 현정화(왼쪽)-이분희. [사진 현정화]

현 감독은 "(재단 등을 통해) 정부 쪽에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하지만 결정이 이렇게 나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서기장과의 만남에 대해 "언젠간 꼭 만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현 감독은 "당장 올해 8월과 9월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아시안게임과 장애인 아시안게임도 열리지 않는가. 장애인 아시안게임에 분희 언니가 참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남북 관계도 개선되고, 체육계가 앞장서가는 분위기에서 한번쯤은 기회가 올 것이다. 기회가 있다면 꼭 한 번 만나러 갈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달 평창 겨울올림픽에서의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에 대해 그는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면서 "이번 일을 통해 여자 아이스하키도 실질적으로 더 도움이 되는 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아쉬움은 컸지만 현 감독은 "괜찮아요. 기회는 또 있을 겁니다"라며 훗날을 기약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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