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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금호타이어 6463억만 받고 중국기업에 매각 추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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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금호타이어 노조는 2일 해외 매각 추진에 대해 ’총파업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저지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광주 영광통 사거리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조원. [뉴시스]

금호타이어 노조는 2일 해외 매각 추진에 대해 ’총파업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저지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광주 영광통 사거리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조원. [뉴시스]

KDB산업은행이 중국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 매각을 추진 중이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해외 매각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으니 노조도 이를 수용하라는 압박이다. 더블스타에 팔리는 것을 결사반대하는 노조와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하다.

더블스타에 지분 45% 넘기기로 #“3년 고용 보장” 상반기 타결 목표 #작년 9550억 제시, 국내 반대 부딪혀 #노조, 해외매각에 반대 송신탑 농성

2일 이대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국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에 6463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하는 투자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지분 45%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채권단 지분율은 현재 42%에서 23.1%로 줄어든다.

이 부행장은 “더블스타가 3년간 고용을 보장하고 채권단이 최대 2000억원을 시설자금으로 대출하는 조건”이라며 “올해 상반기 안에 거래를 종결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인수합병(M&A) 협상 과정을 중도에 공개하는 건 이례적이다. 산은이 더블스타와의 협상을 공식화한 건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10~12월 실사를 한 삼일회계법인은 금호타이어의 계속기업가치(4600억원)가 청산가치(1조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밝혔다.

산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를 지금 같은 채권단 체제로 끌고 가려면 약 1조8500억원의 자금 투입(7722억원 출자 전환+1조800억원 신규 자금)이 필요하다. 채권단이 돈을 대기 벅찬 데다 신규 자금 중 약 7500억원을 중국 공장 빚을 갚는 데 쏟아부어야 할 판이다. 이 부행장은 “신규 투자와 중국 사업 조기 정상화를 모두 충족시킬 방법은 (중국에 영업 기반이 있는)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 경영권을 이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구조조정 일지

금호타이어 구조조정 일지

더블스타는 지난해 채권단이 지분 42% 매각을 추진했을 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중국 타이어업체다. 당시 더블스타는 인수가 9550억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우선매수권을 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매각 절차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매각작업이 꼬였다. 고용 안정을 우려한 노조도 해외 매각에 반대했다.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도 “채권단은 국익과 일자리를 고려해 신중하게 매각을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금호타이어 실적마저 추락하면서 더블스타는 지난해 9월 인수를 포기했다.

채권단은 지난해 10~12월 실사를 거쳐 금호타이어를 정상화하려면 외부 매각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여러 기업에 의사를 타진했지만 선택은 다시 더블스타였다. 이 부행장은 “유수의 글로벌 타이어업체는 관심이 없고, 타이어업에 종사하지 않는 유력 기업의 요구사항은 들어 주기 어려운 수준이었다”며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를 인수해 글로벌 타이어사로 도약하겠다는 의지가 있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더블스타로서는 지난해(주당 1만4000원, 지분율 42%, 9550억원)보다 훨씬 좋은 조건(주당 5000원, 지분율 45%, 6463억원)으로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기회를 잡게 됐다.

노조의 반대를 꺾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 부행장은 “노조가 매각에 반대하면 더블스타는 들어오지 않겠다는 생각”이라며 “노조가 이달 말까지 매각에 동의하는 게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마지막까지 (노조가) 수용하지 않으면 불가피하게 파국(법정관리)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강경하다. 노조 간부 2명이 2일 새벽 광주공장 인근 송신탑에 올라가 공공농성에 돌입한 데 이어 3일부터 이틀 동안 2시간 부분파업을 벌이겠다는 계획이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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