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보수파 갈등|교단주도권 다툼|KNCC총무선출 또 실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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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한국기독교교회 협의회(KNCC)의 총무자리가 4개월째 공석이다. KNCC는 18일 총무선출을 위한 실행위원회를 열었으나 감리교단측의 불참으로 또 다시 총무선출에 실패했다. 이같이 총무인선이 늦어짐으로써 한국기독교교회의 대표적 연합기구로 교회일치운동을 전개해온 KNCC의 기능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KNCC를 대표하는 총무의 인선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는 가맹 교단간의 주도권 다툼과 저변에 흐르고 있는 진보·보수간의 갈등.
이러한 사태가 장기화되자 일부 교역자들은 『화합과 민주를 솔선해야할 교회가 분파의 이해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분열상을 보여서는 안된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지난 1월 전임 김소영총무가 임기만료로 물러간후 지금까지 KNCC의 후임총무 선출은 기독교장로회측에서 김상근목사를, 감리교측에서 조승혁목사를 각각 후보로 내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KNCC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성공회·예수교장로회·구세군·감리교·기독교장로회·복음교회등 6개 가맹교단대표로 인선의원회를 구성, 오랫동안 내부조정을 시도했으나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지난9일 투표를 실시했다.
그결과 김상근 4표, 조승혁 1표, 기권 1표가 나와 인선위원회는 김목사를 총무단일후보로 결정, 실행위원회의 인준을 받게했다.
18일의 실행위원회는 따라서 김상근목사의 총무인준이 결정적인 분위기속에 열렸는데 감리교측이 자파위원의 불참을 통보해와 결국 선출이 보류되었다.
감리교측은 KNCC 64년 역사동안 감리교가 한번도 총무를 맡지 못한것은 교회연합 운동에서의 「참여와 책임 분담」원칙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주장을 내세우고 인선위원회의 결정에 따르지 않았다.
인선위원회의 결정이 실행위를 통과하지 못한 예는 12번의 KNCC총무 인선사상 처음있는일이다.
기독교교단내부에는 기독교계가 CBS사장·기독교서회총무·KNCC총무등 기독교연합기관 3대요직을 예수교장로회·기독교장로회·감리교회가 각각 분담해 맡아온 것이 관례로 되어있는 터에 CBS사장을 이미낸 감리교측이 KNCC총무도 맡으려 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견해도있다.
KNCC총무인선의 난항은 이같은 표면적인 이유이외에도 지금까지 KNCC의 노선이 너무 진보적이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교직자들의 의견도 작용하고 있어 더욱 혼선을 빚고 있기도하다.
총무인선이 되지 않자 KNCC는 올해 하반기사업의 방향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KN C C관계자는 『인권문제·통일 문제 등 현상황에서 교회가 해야할 일이 산적해 있으나 총무인선이 되지않아 교회운동의 방향정립이 되지 않고있다』고 말했다.
이관계자는 지난 4월의 세계기독교한반도평화협의회도 총무없이 진행되었다고 말하고 KNCC의 국내외 활동이 정상화되기 위해 총무선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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