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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 이번엔 “교수가 성폭행” 폭로 … 대학들은 신입생 OT 축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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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태훈. [뉴스1]

김태훈. [뉴스1]

세종대 전직 겸임교수의 성희롱 발언이 불거진 지 하루 만에 같은 과 전임교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또 다른 폭로 글이 나와 파문이 커지고 있다.

피해자 “차 몰다 피곤하다며 모텔로 #지속적 성관계 요구에 정신과 치료” #김태훈 교수 “책임 통감, 사퇴할 것” #연세대선 성폭력 대응 매뉴얼 배포

28일 공개된 글에 등장하는 김태훈(52) 영화예술학과 교수는 이날 소속사를 통해 “교육자로서 깊이 헤아리지 못하고 행동한 부분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교수직을 자진사퇴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김 교수는 최근 영화 ‘꾼’ ‘석조저택 살인사건’과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에쿠우스’ 등에 출연했다.

앞서 페이스북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게시판에는 “서울 근교의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한 뒤 K교수는 피곤해 운전을 할 수 없다며 잠시 모텔에서 쉬었다 가야겠다고 했다. 당시 모텔에서 쉬었다 간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그날 모텔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K교수는 지속적인 관계를 요구했다. 저는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시간이 갈수록 집요하고도 노골적으로 관계를 요구해 왔다. 그 사람이 너무도 무서워 거절하지 못했다. 약속 장소에 나가지 않는 날이면 저희 집 앞으로 찾아왔다”고도 적었다.

이 글에는 “당시에는 이것이 성폭력이고, 피해자라는 생각보다는 내가 못나서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고 자책하는 세월을 보냈다. 자해하기를 반복하고 극심한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지속적인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지냈다. 3년 동안 자살 시도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최근 이 학과에서는 전직 겸임교수 A씨의 성희롱 발언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그가 수업시간에 “여배우는 색기가 있어야 한다. 성상납은 당연한 거래다. 다 벗고 달려들 정도로 욕망이 있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고 이 학과 학생들이 폭로했다. <중앙일보 2월 28일자 8면>

세종대 측은 “A씨는 학교를 이미 떠난 상태라 학교 차원에서 처벌하기 어렵지만 김 교수에 대해서는 2일 오전 성폭력조사위원회를 열어 사실 관계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그 후 징계 절차를 밟거나 형사 고발 여부 등을 결정하겠다는 취지다.

세종대를 비롯해 ‘미투’ 운동이 대학가로 번지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 문화도 바뀌고 있다. 한양대 공대 학생회는 최근 진행된 OT 기간에 ‘여성주체’라는 직책을 만들었다. ‘여성주체’라고 적힌 노란 명찰을 달고 다니는 학생들을 지정해 신입생들이 술자리 등에서 겪는 고충 등을 쉽게 털어놓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스마트폰 메신저 등으로 상담 요청과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경성대는 올해 OT를 입학식과 함께 실내에서 간단하게 진행키로 했다. 경성대는 성추행으로 교수직을 내려놓은 배우 조재현씨가 3년간 교수로 재직한 곳이다. 경성대 관계자는 “조씨에게 피해를 본 학생들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학내 인터넷 커뮤니티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대는 OT를 앞두고 올해 처음으로 학생회 간부와 동아리 회장단 300명에게 성폭력 예방교육을 했다. 동아대는 내년부터 OT 때 레크리에이션 행사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달 20일부터 진행된 OT에서 신입생들이 “레크리에이션 강사의 발언이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켰다”며 불쾌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대학 학생회 측은 학내 성희롱·성추행 예방활동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성균관대 총학생회와 모든 단과대 학생회는 올해부터 ‘바람직한 새내기 새로 배움터를 위한 성균인 선언문’을 만들었다. 선언문에는 “학번·나이·성별·종교·지역 등과 관계없이 평등한 공동체를 지향해야 하며 권력에 의한 일체의 신체적·성적·정신적·언어적 폭력을 절대 금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연세대 총여학생회는 ‘성폭력 사건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학생회들에게 배포했다. ‘신체 접촉이 요구되는 게임은 지양하자’ ‘성적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술 게임은 하지 말자’ ‘뒤풀이에서 두 사람만 따로 나가는 것은 가급적 자제시키자’ 등의 내용이 담겼다.

연세대, 성폭력 대응 주요 매뉴얼

● 신체 접촉이 요구되는 포스트게임(풍선 터뜨리기, 신문지 위에 올라가기 등)은 지양합시다.
● 회장단은 뒤풀이에서 술을 마시지 맙시다.
● 응원 시 상대방이 불편함을 느끼는 신체 접촉은 성추행일 수 있음을 미리 알려 줍시다.
● 뒤풀이서 둘만 따로 나가는 것을 자제시킵시다.
● 뒤풀이를 3차 이상 가지 맙시다.
● 취한 학우는 집으로 무사히 돌려보냅시다.
● 문제가 되는 발언이 나왔을 때 회장단 및 집행부에 언제든지 알려 달라고 지속적으로 공지합시다.

조한대·정용환 기자
부산·울산=이은지·최은경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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