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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사드 보복 1년, 평창에 유커는 없었다…롯데 아직도 영업정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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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이슈추적] 사드 보복 1년, 여전한 금한령 

지난해 3월1일부터 중국내 롯데마트 점포 80여개가 소방 규정 위반등의 이유로 영업 정지를 당한채 만 1년을 맞는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가장 먼저 영업정지를 당한 랴오닝성 단둥시 롯데마트의 모습.

지난해 3월1일부터 중국내 롯데마트 점포 80여개가 소방 규정 위반등의 이유로 영업 정지를 당한채 만 1년을 맞는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가장 먼저 영업정지를 당한 랴오닝성 단둥시 롯데마트의 모습.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보복이 본격화된지 꼭 1년이 된다. 중국은 지난해 3월1일부터 중국 롯데마트 영업중지 조치를 내렸고 같은 달 15일부터 단체 관광을 전면적으로 중단시켰다. 지난 1년간 정부간 관계개선에 관한 협의(지난해 10월 31일)와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등 한ㆍ중 관계에도 변화가 있었다. 본지는 서울과 베이징의 취재망을 가동해 사드 보복 개시 1년 뒤의 현장을 점검했다. <편집자 주>

평창 올림픽때 유커는 한산, 중국은 한중 상호방문의 해 거부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평창 동계 올림픽. 이 기간동안 140만명의 관람객이 평창을 찾았다. 하지만 정작 기대를 걸었던 유커(遊客ㆍ중국인 관광객)는 올림픽 특수에서 예외였다.

유커 전문 여행사 뉴화청의 장지원 부장은 “올림픽을 관람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은 2만명대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파악한 중국인 입장권 구입량과 비슷하다. 중국의 최대명절인 춘절(설) 대목과 겹치고 한시적 비자 면제 특혜까지 베풀었음을 감안하면 저조한 실적이다. 뿐만 아니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 약속과도 어긋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국빈 방중 때 한ㆍ중 양국에서 동계 올림픽이 열리는 2018년과 2022년을 상호 방문의 해로 지정하자고 제안했다. 청와대 발표에 따르면 리 총리는 “진지하게 검토하겠다. 평창 올림픽 기간 중 많은 중국인이 경기를 관람하고 관광도 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정부는 반색했고 평창을 계기로 단체관광금지도 전면 해금될수 있다는 기대까지 나왔다. 하지만 그 직후 중국은 소극적인 태도로 돌아섰고 외교 경로를 통해 상호방문의 해 지정 거부 의사를 전해왔다. 반면 중국은 유럽연합(EU)과 공동으로 2018년을 'EU-중국 관광의 해'로 지정했다.

평창 뿐 아니라 한국 전체를 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3월 한국행 단체 관광을 전면 금지한 중국 정부는 현재 베이징과 산둥(山東)성에 한해서만 관광 금지를 풀었다. 그나마 전세기ㆍ크루즈 금지 등 엄격한 조건을 달았고 한차례 번복 소동을 벌인 뒤엔 광고 금지 등 더욱 까다로운 조건을 달았다.

지난해 요우커 감소로 다소 한산한 가운데 서울 명동 환전소에서 환전을 하고 있는 관광객들. [연합뉴스]

지난해 요우커 감소로 다소 한산한 가운데 서울 명동 환전소에서 환전을 하고 있는 관광객들. [연합뉴스]

관광업계의 소식통은 “중국 여행업체들은 한국에 가급적 여행객을 보내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 결과는 수치로 입증된다. 주중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올 1월 단체 비자 신청 숫자는 하루 평균 100명을 약간 웃도는 수준으로 춘절 연휴가 낀 2월에 들어서도 큰 변화가 없다. 개별ㆍ단체를 막론한 전체 관광객 입국 숫자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이상 감소했다.

여파는 면세점 업계로 번졌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면세점 총매출은 14조4684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수치만 보면 호황이지만 내실은 없다. 소매가에 사가는 유커 대신 싼값에 물건을 대량으로 ‘떼가는’ 다이거우(代購ㆍ중국 보따리상) 가 주 고객이 된 데 따른 결과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 A씨는 “면세점 사업은 규모의 경제를 따르기 때문에 업체들은 출혈 경쟁을 하고 있다”며 “10만원짜리 화장품이 각종 할인 혜택이 붙으면 5만1000원까지 내려간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사드 부지를 제공해 보복 직격탄을 맞은 롯데는 속이 타 들어갈 지경이다. 중국내 롯데마트 112개 점포 가운데 87곳에 대해 지난해 3월1일부터 시작된 영업정지가 무기한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긴급 자금을 투입하며 버텨보려던 롯데는 결국 매각 후 철수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이 마저도 난항이다. 인수 의사를 밝힌 태국 CP그룹 등 4~5개 협상 파트너들은 영업중지가 이어지는 바람에 선뜻 매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롯데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속만 태우고 있다.

롯데 계열사 7곳이 총 3조원을 투자해 백화점ㆍ영화관ㆍ놀이공원 등을 짓는 선양 롯데월드 프로젝트는 2016년 11월 기점으로 ‘올스톱’ 상태다. 롯데가 성주골프장 부지를 국방부와 맞교환하기로 합의한 시점이다. 재계는 롯데마트 철수로 인한 사업 기회 손실 등 롯데가 입은 유무형의 피해를 합산하면 그 규모는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본다.

지난해 3월1일부터 중국내 롯데마트 점포 80여개가 소방 규정 위반등의 이유로 영업 정지를 당한채 만 1년을 맞는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가장 먼저 영업정지를 당한 랴오닝성 단둥시 롯데마트의 모습.

지난해 3월1일부터 중국내 롯데마트 점포 80여개가 소방 규정 위반등의 이유로 영업 정지를 당한채 만 1년을 맞는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가장 먼저 영업정지를 당한 랴오닝성 단둥시 롯데마트의 모습.

영업정지를 당한 랴오닝성 단둥시 롯데마트의 내부 모습.

영업정지를 당한 랴오닝성 단둥시 롯데마트의 내부 모습.

 영업정지를 당한 랴오닝성 단둥시 롯데마트의 내부 모습.

영업정지를 당한 랴오닝성 단둥시 롯데마트의 내부 모습.

2월초 열린 한ㆍ중 경제장관회의를 계기로 롯데에 대한 보복 조치가 풀리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흘러나왔지만 실제 진전은 없었다. 당시 방중한 김동연 부총리가 중국내 한국기업 12개 업체의 대표자를 불러 간담회를 개최했지만 롯데는 빠졌다. 정부 관계자는 “한ㆍ중 고위급 회담에서도 ‘우리 기업의 어려움을 풀어달라’고 에둘러 표현한다. 롯데의 '롯'자도 입밖에 내기를 꺼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하나의 대표적 보복조치라 할 수 있는 한류 분야의 금한령(禁韓令)도 변화의 기미가 없다. 문화행정 관계자는 “▶한국 드라마나 영화 등의 중국 TVㆍ포털 방영 ▶중국에서의 K-POP 공연 ▶한류 스타의 중국 광고 모델 출연 등 세 가지가 핵심 조치인데 여전히 손발이 묶인 상태”라고 말했다. 한국 드라마로 ‘대박’을 터뜨렸던 중국의 대형 동영상 포털의 판권구매 담당자는 익명을 전제로 “지난해부터 일본,태국 등지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관광, 한류, 롯데그룹 등을 상대로 한 금한령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반면 개선의 흐름이 분명한 분야도 있다. 이달 초 한ㆍ중 경제장관회담이 재개되는 등 정부간 교류는 복원의 단계를 밟고 있다. 중단된 고위급 전략대화도 다시 열릴 전망이다. 또 3월 하순 산둥성 고위급 대표단의 방한을 시작으로 1년여동안 뚝 끊겼던 지자체 관계자들의 방한도 재개될 조짐이다.

지난해 9월 배치가 완료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발사대(붉은 원 안). [연합뉴스]

지난해 9월 배치가 완료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발사대(붉은 원 안). [연합뉴스]

촛점은 이런 정부간 교류 재개가 사드 보복 조치로 이어질지 여부에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ㆍ31 발표 이후 사드 보복 철회를 당연한 수순으로 생각했다. 당시 정부 고위 당국자는 “명시적으로 규정한 것은 아니지만 발표에서 양국이 모든 분야의 교류ㆍ협력을 정상 발전 궤도로 회복시키자고 합의했다. 이것이 사실상 사드 보복 철회를 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도 정부는 여전히 한ㆍ중 관계 개선의 흐름이 분명하므로 보복 조치도 곧 풀릴 것이란 입장이다. 다만 최근 정부 당국자들 사이에선 “시간이 필요하다”는 단서를 붙이는 경우가 늘었다. 문 대통령의 방중이 이뤄지기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될 것처럼 말하던 때와는 미묘하게 다른 분위기다. 외교부 관계자는 “공식적으로는 중국 정부가 지시한 보복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거둬들이는 데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중앙과 지방 사이에 지침 전달에 있어 시간차도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도 한ㆍ중 관계의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 나가자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하지만 관광,한류,롯데 등 구체적 조치에 대해선 명쾌한 해답이 없다. 일각에선 중국이 사드 보복이란 카드를 계속 쥐고 있으면서 속도조절을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 체류 25년째인 우진훈 베이징 외국어대 교수는 “사드 보복이 중국의 국제적 이미지에 준 타격도 적지 않지만 이를 무릅쓰더라도 한ㆍ중 관계의 유용한 지렛대로 사용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중국 내부에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서울=김영주·유지혜 기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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