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수준이하의 정치싸움 부끄럽지 않은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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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최근 양당의 지도부나 대변인단에서 내놓은 말들을 보자. 최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부적절한 골프, 이명박 서울시장의 접대 테니스 의혹, 청와대 행정관의 부인 살해사건 등이다. 딱부러진 대형 비리나 뇌물수수 사건이 아니라 처신을 제대로 하지 못한 데서 비롯한 지저분한 사건이다. 뚜렷한 증거 하나 제시하지도 못하면서 혐의나 의혹만으로 흠집내기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의원들은 진상조사단을 만들어 현장조사 한답시고 골프장을 찾아 캐디를 조사하고, 술집을 찾아 여종업원을 면담했다. 한나라당은 이 전 총리를, 열린우리당은 이 시장을 고발했다. 이제는 국정조사까지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작은 꼬투리라도 찾아내려고 혈안이 돼 있는 양상이다.

양당이 결사적으로 서로를 헐뜯는 데는 이유가 있다. 5.31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현 지도부에 대한 문책론이 제기되고, 심지어 당의 존립조차 위협받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또 지방선거 결과가 내년 대선에 직접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에서 이길 수만 있다면 정치의 수준이 땅바닥에 떨어지건 말건, 국민이 비난하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는 것이다. 오만하고 무책임하며 저질인 정치권을 언제까지나 국민이 너그럽게 봐주리라고 여긴다면 착각이다.

언제까지 이럴 것인가.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정치는 당장 그만둬야 한다. 좋은 사람과 정책을 내놓아 잘하기 경쟁으로 표를 얻을 생각을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