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연작소설의 유형 창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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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양귀자씨의 『원미동사람들』은 「멀고 아름다운 동네」에서 「한계령」에 이르기까지 모두 11편으로 이루어진 연작소설이다.
2차결심에 오른 다섯장편 (연작소설 포함) 가운데 우리는 다음 몇가지점에서 『원미동사람들』이 가장 뛰어나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쉽사리 수상작으로 결정하는 즐거움을 맛보았다.
우선 『원미동 사람들』은 기존의 연작소설들과는 또다른 독특한 연작유형을 창출했다는 점을 들수 있다. 이 작품의 중심부는 「원미동」이라는 「지역」이다. 사건이나 인물, 혹은 시대가 중심부로 된 기왕의 연작형식들과 다른점이 여기에 있다.
특정지역이 작품의 중심부 노릇을 한다는 사실이 문학적 의미를 갖는 것은「원미동」이라는 공간이 80년대 우리사회의 가장큰 특징인「주변부의 중심부화」라는 역사적·사회적성격에 엄밀히 대응하고 있다는데서 찾아진다. 이작품을 두고 「산업사회의 소산인 신중산층의 계층적 의미」가 문학적인 수준에서 포착되었다고 말해질수 있는 것은 이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다양한 시점을 이용한 작가의 이야기 구사능력이다. 양귀자씨는 누구보다도 우리말의 일상적 용법을 정확하게 구사하고 있는데, 그의 활달하고 막힘 없는 특유의 문제는 현실을 보는 차분한 작가적 시선과 어울려 부담없고 믿음직스런 책읽기를 가능케한다.
『원미동사람들』의 또다른 장점은 소설 고유의 매력인 「재미」에 있다. 이는 소외계층을 다룬 소설들이 작가적 의욕만 앞서 재미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였다.
끝으로 우리는 지금까지의 「유주현문학상」수상작들이 대부분 대하역사소설들이었으나 올해부터는 이같은 선례에 구애받지 않고 심사대상을 넓혀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에 수상하기로 합의, 『원미동사람들』을 수상작으로 꼽는데 흔쾌히 동의하였다.
이호철·유종호·금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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