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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생, 명동성당 「5월제」행사중 양심수석방요구 투신자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15일 오후3시40분쯤 「광주민중항쟁계승 5월제」가 열리고 있던 서울 명동성당교육관건물 4층 옥상에서 서울대생 조성만군 (24·화학2·명동성당 청년단체연합회산하 가톨릭민속연구회장) 이 양심수석방과 올림픽 남북한공동개최등을 주장하며 과도로 자신의 왼쪽배를 찌른 뒤 투신, 15m쯤 아래 콘크리트 계단에 떨어져 백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오후 7시30분쯤 숨졌다.
조군은 이날 오후2시부터 명동성당에서 열린 「광주민중항쟁계승 5월제」에 참석했다가 마지막 행사인 마라톤출발을 앞두고 혼자 옥상으로 올라가 한반도통일문제와 올림픽남북한공동개최문제에 대해 쓴 유서를 뿌린 뒤 투신했다.
조군이 숨지자 대학생등 3백여명은 조군의 사체가 안치된 영안실입구와 병원입구도로등을 가로막고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며 양심수석방과 올림픽 남북한공동개최등을 요구하는 철야농성을 벌였다.
◇투신=한복(농민복)차림의 조군은 옥상난간에 서서 핸드마이크로 『애국인사 가둬놓고 민주화가 웬말이냐』『분단 고착화하는 미국놈들 물러가라』『공동올림픽개최하여 조국통일 앞당기자』는 구호를 외치며 미리 준비한 유서를 뿌린 뒤 길이 25cm정도의 과도로 왼쪽배를 찌르고 투신, 교육관입구 콘크리트계단에 떨어졌다.
◇유서=조군은 대학리포트용지 5장에 깨알같이 쓴 유서를 미리 복사, 교육관건물옥상에 올라가 20여장을 뿌렸다.
조군은 「척박한 땅, 한반도에서 한 인간이 조국통일을 염원한다」로 시작하는 유서에서 ▲한반도의 통일은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막아져서는 안 된다 ▲한반도에서 미국은 축출되어야 한다 ▲군사정부는 반드시 물러나야 한다 ▲올림픽은 반드시 공동 개최돼야 한다는 것등을 주장했다.
◇조군주변=전주시 중노송2동 동장인 아버지 조찬배씨 (50·전북전주시금암동545의l45)와 어머니 김복성씨 (47)의 4형제중 둘째. 83년2월 전주해성고를 졸업, 재수생활을 한 뒤 84년에 서울대에 진학했다. 85년초 군에 입대해 지난해말 제대, 올3월에 2학년으로 복학했다.
세례명이 「요셉」인 조군은 올 초부터 명동성당 청년단체연합회산하 가톨릭민속연구회장을 맡아왔다.
◇장례=청년연합회소속학생·재야인사들은 16일 오전 「고조성만군 민주국민장준비위원회」(실무책임자 이부영)를 결성, 19일 오후1시 서울대 아크로폴리스광장에서 장례식을 갖기로 했다.
위원회는 16일 오전중 사체를 명동성당 문화관내 영안실로 옮긴 뒤 가족들과 협의해 민주국민장 5일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그러나 가족들은 『학생들은 장례에 개입말라』고 밝히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빈소주변=명동성당 청년연합회소속 학생·청년등 2백여명이 백병원앞 2차선도로 2백m에 공사장용 패널·의자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차량·외부인의 통행을 막고 철야 농성했다.
사체가 안치된 영안실에는 15일 밤 김대중 평민당총재, 문익환목사, 계훈제·백기완씨, 황명수·이철 의원, 강신옥 변호사 등이 찾아 분향했다.
조군의 어머니 김복성씨(47)는 16일 오전 아들의 사체를 확인한 뒤 졸도, 응급실에 입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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