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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환자·보호자와 소통, 암 치료 성공의 비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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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하대병원 위암 치료 드림팀 소속 의료진이 치료법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김동하 기자

인하대병원 위암 치료 드림팀 소속 의료진이 치료법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김동하 기자





특성화병원 탐방
인하대병원 위암 치료 드림팀 

"머리 맞대 최적 치료법 찾고 #암 극복 위한 의지 북돋워 #암 통합지원센터가 앞장서"

암은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니다. 암 환자 10명 중 7명은 5년 넘게 생존한다. 정확한 조기 감별진단과 맞춤·정밀의료는 국내 암 치료 수준을 끌어올렸다. 특히 위암이 그렇다. 위암 치료 기술은 전국적으로 상향 평준화된 상태다. 인하대병원 위암 치료 드림팀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치료 단계부터 암 극복 이후의 삶에 주목한다. 그 시작은 소통이다. 환자·보호자가 스스로 자신이 어떤 치료를 받을지 결정할 수 있도록 의료진이 돕는다. 이는 의료진과 환자 간 높은 신뢰도와 암 치료 만족도로 이어진다.

위암은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즐기는 한국인이 가장 잘 걸리는 암이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새로 위암을 진단 받은 사람은 2만9207명으로 한국인 암 발생 1위다. 위암은 림프절을 통해 암세포가 퍼진다. 따라서 가능한 한 빨리 암을 들어내는 수술이 급선무다. 인하대병원은 조기 위암 내시경절제술, 복강경 위암 수술, 항암화학요법 등 위암 치료에 필요한 인프라를 잘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실시하는 위암 적정성 평가에서도 1등급을 받았다.

암 진단에서 수술까지 5일

인하대병원이 위암 치료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는 덴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차별화된 진료지원 시스템이다. 인하대병원 위암 치료 드림팀은 암 치료 단계마다 환자의 입장에서 접근한다. 암 통합지원센터를 통해서다. 인하대병원이 인천 지역 최초로 도입한 다학제 암 진료를 확대·강화한 치료 지원 시스템이다. 암 통합지원센터 최선근 센터장은 “암 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 환자의 암 극복 의지를 높여준다”고 말했다. 암 통합지원센터는 암 진단 이후부터 체계적으로 치료·예방·교육을 지원한다. 환자별 검사·수술·항암 등 암 치료 단계마다 일정도 관리한다. 이를 통해 암 진단에서 수술까지 평균 2주 정도 걸리던 기간을 5일로 줄였다.

 지속적인 위암 합병증·재발 관리에도 도움을 준다. 위를 절제하면 소화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다. 음식을 조금만 먹어도 역류하고 신물이 올라오거나 설사가 심해 영양소 섭취가 어렵다. 암은 제거됐지만 삶의 질은 오히려 나빠질 수 있다. 인하대병원은 전담 코디네이터를 배정해 심리 상담은 물론 통증·영양관리, 재활치료 등 암 치료에 필요한 정보를 주기적으로 제공함으로써 환자의 일상생활 복귀를 돕는다.

 환자 참여형 치료도 빼놓을 수 없다. 암 치료 만족도를 높이는 ‘무기’다. 인하대병원의 다학제 암 진료는 단순히 의료진이 모여 환자·보호자에게 치료 계획을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현재 어떤 상태인지, 시술 가능한 치료법은 무엇이고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재발 위험은 어느 정도인지 객관적으로 알려준다. 환자가 주도적으로 치료 방향을 결정할 수 있도록 의료진은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소화기내과 김형길 교수는 “같은 위암 1기라도 무엇을 중요하게 고려하느냐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예컨대 위의 형태를 온전하게 보존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면 위 점막에서 암세포만 제거하는 내시경 수술을 진행한다. 반면 재발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고 싶다면 처음부터 위 일부를 잘라내는 복강경 수술을 선택한다. 진단·치료의 오류를 최소화하면서 환자 개인 성향에 맞는 최적의 치료법을 찾을 수 있다.

암 수술하며 당뇨병도 치료

수술 실력도 뛰어나다. 인하대병원 위암 치료 드림팀은 위의 고유 기능을 유지하는 수술을 추구한다. 위와 십이지장의 경계 부위인 유문을 살리는 위 기능 보존술이 대표적이다. 위를 잘라내더라도 영양소의 소화·흡수를 담당하는 위 기능 손상은 최소화한다. 최근에는 위 곳곳에 퍼져 있는 암 덩어리를 제거하면서 당뇨병까지 치료하는 수술법(종양대사수술)을 적극 적용하고 있다. 외과 허윤석 교수는 “위암 환자의 15%는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져 당뇨병을 동시에 앓는다”며 “위암 수술을 진행하고 남은 부위를 연결할 때 십이지장을 우회하는 우회로를 기존 20~40㎝에서 80㎝로 길게 연결해 체내 인슐린 효율을 높인다”고 말했다.

 환자 특성에 따라 맞춤형 항암·방사선 치료를 병행해 수술로 제거하기 어려운 암세포를 파괴한다. 혈액종양내과 이문희 교수는 “위암 3기 이상이면 주변 장기로 암세포가 전이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사람마다 다른 암 유전자를 분석해 특성에 맞는 표적 항암치료제를 선택하는 데 활용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암 재발을 늦춰 생존 기간을 늘린다. 인하대병원은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환자별 암 특성과 암 유전자, 가족력 등을 분석한다. 위암이라도 암 유전자에 따라 병 진행 양상이 다르다. 조기에 암 진단을 받았어도 전이 속도가 빨라 치료가 힘든 환자가 있는 반면에 늦게 발견하고도 진행이 더뎌 오랫동안 생존하는 경우도 있다. 개인마다 암 유전자 발현이나 활성 정도가 달라서다.

 방사선 치료는 수술·항암제로 제거하기 어려운 암세포를 마지막까지 태워 없앤다. 인하대병원은 사이버나이프·래피드악 등 최신 장비를 갖추고 있다. 방사선종양학과 김우철 교수는 “암 위치·크기와 주변 정상 장기의 위치에 따라 방사선 방향·세기를 조절해 남아 있는 암 조직을 제거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최선근 암 통합지원센터장

“암 치료 전후 통합적 관리 원활히 할 것” 

인하대병원은 생존 중심인 암 치료 패러다임을 바꿨다. 암 환자의 자연스러운 일생생활 복귀에 초점을 맞춘다. 암 치료 일정 관리도 책임진다. 소소한 증상 변화라도 환자가 전문 코디네이터와 논의하면서 암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는 환자의 만족도로 연결된다. 변화의 중심에는 지난해 6월 개소한 암 통합지원센터가 있다. 암 통합지원센터 최선근(사진) 센터장에게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 들었다.

암 통합지원센터라는 이름이 독특하다.
“암 환자가 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통합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의료진에게 친숙한 ‘진료’라는 단어 대신 ‘지원’이라고 표현한 이유다. ‘눈앞의 이익보다 지역 시민의 건강과 행복 추구’라는 인하대병원의 경영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암 극복을 함께하는 동반자로 환자의 치료 편의성을 높였다. 이를 통해 빠른 치료와 효과적인 일상생활 복귀를 돕는다.”
암 통합지원센터 운영 후 변화는.
“무엇보다 의료진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 그 전에는 인하대병원에서 처음 암을 진단받고 서울 대형병원에서 치료하는 경우가 많았다. 병원 이탈률이 28%였다. 센터가 운영된 지 9개월 정도에 불과하지만 가시적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 암 진단 후 병원 이탈률이 8~9%로 크게 떨어졌다. 서울에서 치료를 받다가 전문 코디네이터의 치료 일정 관리, 심리상담, 재활·영양 교육, 긴급 치료비 후원 연계 등 폭넓은 상담으로 인하대병원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이제 정확한 암 진단·치료는 기본이다. 암 치료 전후 통합적 관리가 얼마나 잘 이뤄지느냐가 암 치료 만족도를 결정한다. 암 통합지원센터는 암 환자가 자신의 병을 충분히 이해하고 치료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의료진과 환자·보호자의 의사소통을 돕는 역할에 충실하겠다. 또 재발·전이암이나 합병증 등 전반적인 건강관리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이는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토대가 된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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