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교역 5년내 두배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1면

중국.러시아 두 나라의 실력자들이 22일 한자리에 모였다. 중국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중.러 경제공상계(經濟工商界) 최고위급 논단'이 그 무대다.

한마디로 양국의 경제.산업계의 최고경영자(CEO)들과 관련 공무원이 모여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날 오전 10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이틀간의 일정으로 21일 중국을 국빈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란히 무대 위에 올랐다. 관람석에는 양국 정부의 고위급 지도자 거의 전원과 경제계.산업계.학계 지도자 700여 명이 배석했다. 양국 정상의 간단한 인사말에 이어 '세계화 속의 중.러의 선택'을 주제로 한 논단이 곧바로 시작됐다. 진행은 보시라이(薄熙來) 상무부장(장관)이 맡았다.

먼저 양국 경제학자들이 나섰다. 이들은 "세계화의 물결은 기회이자 위기"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중.러 양국의 합작과 교류를 통해 위기를 줄이고 기회를 넓힐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양국 금융계.산업계 CEO들은 지금까지 중.러 양국이 합작해온 사업을 점검하고 앞으로 합작 범위를 어떻게, 그리고 어떤 분야로 넓힐 것인지를 논의했다.

오후 일정은 한층 긴박하게 돌아갔다. 우선 부문별 토론이 이어졌다. 주제를 ▶에너지 공급과 공동개발 ▶금융 협력 ▶정보기술(IT) 분야 ▶기계와 전력설비 등 네 분야로 나눠 토론했다. 토론회에서는 업계 대표는 물론 관련 공무원도 참석했다. 토론의 초점은 협력을 어떻게 유지.발전시켜 나갈 것인지로 모아졌다. 결론은 "양국이 정치.경제적 연대를 공고하게 유지하는 것이 양국 인민의 이익은 물론 세계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로 났다. 중국과 러시아는 2010년까지 교역규모를 지난해(291억 달러)의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

이날 행사를 양국이 공동 주관했다는 점도 주목거리다. 중국 상무부와 러시아 경제발전무역부가 함께 행사를 기획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신식(정보)산업부.인민은행 등이 힘을 보탰다. 중국이 국가 영빈관인 댜오위타이에서 치러지는 행사를 외국과 공동 주관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중국이 러시아를 각별하게 배려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에 앞서 21일 양국 정상은 회담을 열고 ▶에너지.무역.신기술산업의 협력 ▶정치적 유대 강화 등을 골자로 한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중국에 천연가스를 공급하기 위해 2개의 가스관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