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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인권문제' 유럽도 본격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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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내서도 탈북자 증언
뉴라이트 전국연합이 서울 인권위 배움터에서 '북한 인권 개선' 청문회를 열었다. 22일 증인으로 나온 탈북자 4명이 증언하고 있다. 안성식 기자

미국 인권단체 프리덤 하우스가 주관하는 제3차 북한 인권 국제대회가 22일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에는 공동주최자인 벨기에 인권단체 '국경 없는 인권회'를 비롯한 독일.영국.체코.미국.한국의 비정부기구(NGO) 회원들이 참석했다.

헝가리 출신 이슈트반 셴트 이바니 유럽의회 의원의 기조연설에 이어 북한 인권 실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꽃동산'이 상영됐다. 또 ▶탈북자 2명의 증언 ▶북한 인권 실태에 대한 한국 NGO의 전망 ▶북한의 일본인 및 한국인 납치문제 ▶북한의 강제노동수용소 실태 등을 주제로 한 전문가 토론이 이어졌다.

탈북자 첫 증언에 나선 김태산(53.전 북한 경공업성 책임지도원)씨는 "북한은 폐쇄된 통제경제 때문에 주민의 10% 이상이 굶어 죽는 공동묘지의 나라로 전락했다"며 "북한 정권이 경제활동의 자유만 허용했다면 300만 명이 아니라 300명도 굶어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약간의 쌀이나 약품을 지원해주는 것으로만 그친다면, 북한 정권을 도와주고 주민들의 고통만 연장해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인간으로서의 정치경제적 권리와 자유가 더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 다음 증인으로 나온 이신(28.전 북한 무산 광산 예술선전대 배우)씨는 1998년 북한을 탈출, 중국에서 5년 동안 가족들과 숨어 지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공안(경찰)을 피하려고 돼지우리와 창고, 산 등지에서 숨어 지내다 중국인에게 속아 가족이 뿔뿔이 나뉘어 팔려 갔다"고 증언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사회를 맡은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인신매매를 겪은 탈북자가 그 경험을 직접 증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는 피에르 리굴로 프랑스 북한인권위원회 위원장과 송영선 한나라당 의원, 데이비드 호크 전 국제사면위원회 미국 지부장이 참석했다. 23일 오후에는 브뤼셀 유럽의회 의사당에서 유럽의회의 북한 인권 청문회가 열린다. 청문회에선 주최자인 이바니 유럽의회 의원의 기조연설, 탈북자 증언, 전문가 회의, 다큐멘터리 '서울 트레인' 상영이 이어진다. 미 의회에서 탈북자 증언이 이뤄진 적은 있으나 유럽의회가 청문회를 열어 그들의 증언을 듣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본지 2월 20일자 3면>

유럽은 지난해 말 유엔총회에서 북한 인권결의안이 채택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는 등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왔다.

한편 브뤼셀에 도착한 한총련 등 한반도 평화원정대(단장 한상렬 통일연대 상임의장)는 21일 원정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북한인권대회와 유럽의회의 청문회 개최에 항의하는 각종 집회와 행사에 들어갔다. 이들은 한총련.통일연대와 유럽 교민 등 모두 100명으로 구성됐다. 한총련 소속 학생 등 원정대는 22일 벨기에 주재 미국대사관 앞에서 '한반도 전쟁정책 반대, 대북 인권정치 공세 반대, 침략과 학살범죄 규탄 대회'를 열었다.

브뤼셀=박경덕 특파원<poleeye@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 북한 인권대회란=폴란드.필리핀의 민주화와 쿠바.미얀마의 독재 반대 운동을 전개했던 미국의 보수성향 인권단체 프리덤 하우스가 주최하는 행사다. 지난해 7월 19일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양국 50여 개 단체, 탈북자, 정계 인사 등 1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첫 대회가 열렸다. 12월 8~10일 사흘 동안 서울에서 열린 두 번째 대회에서는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가 북한을 범죄 국가로 지칭해 북한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해 인권대회 개최 비용으로 197만 달러(약 20억원)를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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