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 vs 수능, 더 공정한 전형은 …교수·교사·사정관 의견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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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2022학년도 수능개편을 위해 지난해부터 대입정책포럼을 개최해 현장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23일 서울 서대문구 서울서부교육지원청 대강당에서 열린 '제4차 대입정책포럼' 모습. [뉴스1]

교육부는 2022학년도 수능개편을 위해 지난해부터 대입정책포럼을 개최해 현장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23일 서울 서대문구 서울서부교육지원청 대강당에서 열린 '제4차 대입정책포럼' 모습. [뉴스1]

“수능 중심 전형(수능)과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의 공정성 여부는 신인 투수 선발 방식과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수능은 모든 지원자를 한 장소에 모아놓고 공을 던지게 한 후 빠른 공을 던지는 선수를 뽑는 것이다. 가장 빠르게 던지는 투수가 최고의 실력을 갖췄다고 볼 수 없고, 운이 나빠 실력 발휘를 못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게 과연 공정한 방식일까. 실제 구단들은 선수들의 고교 시절 다양한 활동을 다면적으로 검토해 구단이 원하는 투수의 자질에 적합한 지원자를 뽑는다. 학종과 비슷한 방식이다.” (김평원 인천대 교수)

“대입의 대표적 전형요소인 학종·면접·논술·수능 중에서 완벽하게 공정한 것은 없다. 많은 사람이 ‘공정하다’고 믿는 수능도 마찬가지다. 학교 수업을 열심히 듣는다고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없고, 교사들의 실력은 제각각이다. 또 선택과목은 응시인원에 따라 오답 수가 같아도 다른 점수를 받고, 같은 과목에서도 어떤 문제를 틀렸느냐에 따라 표준점수가 달라질 수 있다.” (안성환 대진고 교사)

교수와 교사·입학사정관들이 공정한 대입전형에 대한 의견을 쏟아냈다. 23일 오후 서울시 서부교육지원청에서 열린 ‘제4차 대입정책포럼’에서다. 이날 포럼엔 김평원 인천대 교수, 안성환 대진고 교사, 임진택 경희대 책임입학사정관 등이 발제자와 토론자로 나섰다.

교육부, 23일 4차 대입정책포럼 개최 #2022학년도 수능 개편안 8월 확정 예정 #교수·교사들 “수능·논술도 공정하지 않아” #“대입제도 개편보다 경쟁 없애는 게 우선”

이날 포럼은 교육부가 올해 중3이 치르는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을 위해 마지막으로 현장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였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대입제도에 대한 포럼을 개최했다. 교육부는 포럼에서 제시된 의견들을 종합해 대입개편시안을 마련하고 국가교육회의를 거쳐 올해 8월까지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23일 서울 서대문구 서울서부교육지원청 대강당에서 2022학년도 대입 제도 개편안 마련을 위한 제4차 대입정책포럼에서 참가자가 자료를 보고 있다. [뉴스1]

23일 서울 서대문구 서울서부교육지원청 대강당에서 2022학년도 대입 제도 개편안 마련을 위한 제4차 대입정책포럼에서 참가자가 자료를 보고 있다. [뉴스1]

포럼에서 대학교수·입학사정관·교사 등은 ‘대입전형별 공정성’을 주제로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학종·수능·논술·면접은 현재 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할 때 주로 활용하는 전형요소들이다. 수시에서 매년 비중이 높아지는 학종은 학생의 내신성적을 포함해 학교생활을 전반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올 고3 대상의 2019학년도 대입에서 서울대는 78.5%, 전국적으론 24%를 학종으로 선발한다. 학종은 다양한 학생들의 능력을 다면적으로 평가하고, 고교 교육을 정상화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학생 간 정보의 격차가 전형의 유불리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금수저 전형' '깜깜이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발제자로 나선 김평원 인천대 교수는 “학종과 수능·논술 등 모든 전형 요소는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공정성 여부가 갈린다”며 “공정성이 아니라 교육을 바로 세울 수 있는 방법이 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평가는 단순히 학생 변별뿐 아니라 사회적 영향력도 고려하는 게 필요하다. 수능 중심 전형의 비율이 높아지면 학교 수업은 문제 풀기식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종의 문제점을 개선할 필요성도 제시했다. 학종의 신뢰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대학에서 정성적인 기록을 정량화하는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으로 제안했다.

그래픽= 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 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안성환 대진고 교사도 학종뿐 아니라 논술과 수능도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안 교사는 “논술은 학교 수업과 동떨어져 있고, 수능은 선택과목 간 응시인원이나 난이도에 따른 원점수와 표준점수와의 차이 때문에 왜곡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학종은 복잡해서 불공정하고, 수능은 단순해서 공정하다'는 논리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어 “정상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어떤 전형에서든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들 사이에선 학종은 불공정하고, 수능은 공정하다는 이분법적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주재술 UNIST 리더십센터장은 “대입전형은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제도이기 때문에 모두를 만족하게 하는 공정한 평가는 원래부터 존재하기 어렵다. 가장 공정한 제도로 인식된 수능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전국 2000여 개 고교 교사의 교육 역량이 제각각인 상황에서 학생들은 수업을 듣고 수능시험을 치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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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택 경희대 입학사정관은 “학종이 깜깜이·금수저 전형이라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오히려 지역균형 선발에 기여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경희대 입학전형연구센터가 지난해 도시 내 소득이 높은 지역과 낮은 지역을 대상으로 K대학의 전형유형별 입학생 비율을 분석한 결과 강남 3구는 학종이 20%, 수능이 80%, 강북3구는 학종이 75%, 수능이 25% 수준으로 나타났다. 또 서울 주요 10개 대학을 살펴보면 학종의 지역별 합격자 비율은 수도권 55%, 비수도권 45% 수준으로 논술(수도권 80%, 비수도권 20%)이나 수능(수도권 70%, 비수도권 30%) 보다 비수도권의 비율이 높다.

입시제도 변화보다 경쟁 중심의 사회문화를 먼저 바꾸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윤근 양정고 교사는 “우수학생을 선별하고 불합격하는 사람이 발생하기 때문에 수능과 학종 모두 공정하지 않다. 우수한 대학을 들어가야 한다는 인식, 경쟁 중심의 사회문화를 먼저 바꾸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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