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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폭침 지휘자’ 김영철 방남시 韓 민심 싸늘해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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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연평도 포격' 부대 시찰하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오른쪽 위).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연평도 포격' 부대 시찰하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오른쪽 위). [연합뉴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25일 방남(訪南)과 관련해 “한국 정부의 북한에 대한 유연성(flexibility)을 시험할 것이다. 또 한국인들을 성가시게(rile) 할 것”이라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FT는 한국 전문가를 인용, “김 부위원장이 폐막식에 참석하면 (한국) 민심이 싸늘해질 것(turn colder)”이라고 언급했다.

FT “북한 정부가 과격 성향의 4성 장군 선택한 건 올림픽 외교에 반전 주려는 것” #김영철 北 노동당 부위원장 ‘천안함 폭침 지휘한 인물’로 소개

앞서 북한은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 참석차 방남할 대표단 명단을 한국 정부에 통보한 바 있다. 김 부위원장,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8명이다. FT는 한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 “2박3일 일정으로 올 김 부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도 만날 계획”이라고 했다.

FT는 미국이 강경 자세를 취한 가운데 남북 관계에 화해 무드가 고조된 점을 언급하며 “북한 정부가 과격(combative) 성향의 4성 장군(김영철 부위원장)을 택한 건 ‘올림픽 외교전’에 새로운 반전(new twist)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김 부위원장에 대해 “군인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폭침을 비롯, 수많은 대남(對南) 공격을 지휘한 인물”이라며 “한국 정부의 제재 대상자로 지정된 바 있다”고 소개했다.

또 FT는 “김 부위원장의 방남은 남북 관계 긴장 완화 국면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이달 초 북한에 초대한 것과 관련해서도 “10여 년 만의 첫 남북 정상 회담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문가들은 김 부위원장이 평소 강경한 태도에도 불구, 자신의 신뢰성과 경험을 활용해 남북 협상을 압박해나갈 것이라고 분석했다고 FT는 전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김 부위원장 파견이 꽤나 논란을 일으킬 것이란 점을 잘 파악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그를 파견하는 건 김 부위원장이 (남북 문제) 정책과 군사 문제를 논의하기에 최적의 인물로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FT에 설명했다. 이어 임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그의 방남으로 정치적 부담을 느끼겠지만 별다른 방도 없이 이 기회를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FT는 “김 부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대표단이 이방카 트럼프 미 백악관 선임고문과 마주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앞서 미 정부가 ‘이방카는 미 선수단 지원에 집중하고 북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고 언급했다.

조선중앙TV는 북한 고위급대표단이 지난 11일 서울에서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함께 북한 예술단 공연을 관람한 소식을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사진은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하는 모습.

조선중앙TV는 북한 고위급대표단이 지난 11일 서울에서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함께 북한 예술단 공연을 관람한 소식을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사진은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하는 모습.

또 FT는 김 부위원장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의 방남 의미와 맥락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해외 언론이 이달 초 평창올림픽 참석차 방남한 김 부부장의 웃는 모습을 두고 “(세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묘사한 것과는 다를 것이라고 했다.

FT는 “김 부위원장은 한국 정부와 협상에 있어 베테랑으로 꼽힌다”며 “그는 과한 수사와 위협적인 언어를 쓰는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가 지난 2013년 조선중앙TV에 출연해 ‘정전협정 백지화’를 주장하며 “불바다로 타 번지게 돼 있다”고 한국을 위협한 전례도 언급했다.

이어 FT는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이 “북한은 한국 정부를 길들이려 한다”며 “김 부위원장이 평창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한다면 국내 정서가 싸늘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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