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1심 패소했지만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유지…정부, 상소 방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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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인근 해역에서 잡힌 농어 [사진 중앙포토]

후쿠시마 인근 해역에서 잡힌 농어 [사진 중앙포토]

 한일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분쟁 사건의 세계무역기구(WTO) 1심 패널 보고서가 22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공개됐다. 지난해 10월 처음 패소 판정 소식이 알려진 지 넉 달만이다. 정부는 상소 의사를 재차 밝혔다.

22일(현지시각) 스위스서 1심 보고서 공개 #지난해 10월 패소 결정한 구체적 근거 밝혀 #상소하면 2021년 초까지는 수입재개 안 할 듯

 WTO 보고서는 지난해 결정한 1심 패소 판정 근거를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일본 손을 들어준 결정적 계기는 한국이 WTO회원국 간 체결한 ‘위생 및 식물위생조치의 적용에 관한 협정’(SPS 협정)을 위반했다는 점이었다. SPS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는데도 식품 안전을 이유로 수입을 금지할 경우 WTO가 해당 조치를 무시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일본은 앞서 지난 2015년 한국이 SPS 협정의 ▶차별성(제2.3조) ▶무역제한성(제5.6조) ▶투명성(제7조 및 부속서2) ▶검사절차(제8조 및 부속서3) 조항을 위반했다며 WTO에 제소했다. WTO 1심 패널(재판관)들은 이 네 개 조항 중 세 개(차별성, 무역제한성, 투명성)를 한국이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하지만 WTO가 일본 주장을 온전히 다 수용한 것은 아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초기의 환경 및 식품 영향에 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한국 측 주장을 인용해 2011년 3월 원전 사고 직후 한국 정부가 취한 수입규제조치는 협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정했다. 또 한국 정부가 일본에 자세한 수산물 정보를 달라며 요구한 ‘기타핵종 검사증명서’ 기재 내용 등도 절차적으로 WTO 협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다.

 정부는 23일 합동 보도자료를 배포해 “WTO 분쟁해결절차에 따라 상소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원전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국민 먹거리 안전의 중요성 등을 감안해 이번 WTO 패널 판정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1심 판정 결과에 관계없이 기존 수입규제조치는 계속 유지된다.

 최종심 결과까지는 최소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이 60일 이내에 상소하면 원칙적으로 3개월(90일) 이내에 결론이 나와야 하지만, 현재 WTO 상소기구에 사건이 밀려 있어 빠른 판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또 WTO가 최종심 판정 후 패소국에게 주는 이행 기간(최대 15개월)이 더해진다. 빨라도 2021년 초까지는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에서 생산된 28가지 수산물에 대해 수입을 금지한 현 조치가 국내에서 유지될 전망이다.

 신정훈 산업부 통상법무과장은 “어떤 경우라도 방사능 오염식품이 우리 식탁에 올라오지 않도록 안전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세종=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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