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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에 두발로 뛴 백악기 도마뱀 발자국···세계 최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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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억1000만년 전 두 발로 뛰었던 도마뱀의 발자국 화석이 국내에서 발견됐다. 이는 세계 도마뱀 발자국 화석 중 가장 오래된 것이자 지금껏 보고된 바 없는 새로운 형태이기도 하다.

도마뱀 발자국 화석. 오른쪽에 도마뱀 발자국을 볼 수 있다. [연합뉴스]

도마뱀 발자국 화석. 오른쪽에 도마뱀 발자국을 볼 수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미국 페롯자연과학박물관, 중국지질과학원(CAGS) 등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진은 이 연구결과를 지난 15일 온라인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발표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발자국 화석은 지난 2004년 경남 하동군 하동화력발전소 인근에서 전기 백악기(1억2700만∼1억1000만년 전) 하산동층에서 발견됐다. 하산동층은 우리나라에서 척추동물의 뼈 화석이 가장 많이 나오는 지층이다. 다른 연구가 먼저 진행되면서 2016년에야 이 화석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도마뱀 발자국 길이는 평균 2㎝이며 꼬리를 제외한 몸통 길이가 약 6.8㎝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이 도마뱀의 학명을 화석이 발견된 경남 하동의 이름을 따서 사우리페스 하동엔시스(Sauripeshadongensis)로 명명했다.

1억1000만년 전 한반도에서 살았던 원시도마뱀이 두 발로 달리는 모습을 나타낸 그림. [연합뉴스]

1억1000만년 전 한반도에서 살았던 원시도마뱀이 두 발로 달리는 모습을 나타낸 그림. [연합뉴스]

특히 이 화석에는 도마뱀의 ‘앞발 발자국’이 거의 없다. 도마뱀은 네 발로 걷다가 오랜 시간을 거쳐 두 발로 걷도록 진화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도마뱀이 두 발로 걸었던 흔적이 없어 정확히 언제부터 이족 보행이 시작됐는지를 두고 학계에서 의견이 엇갈렸다.

논문 제1 저자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 이항재 박사는 “이번에 발견된 도마뱀 발자국 화석은 기존 화석보다 500만년 이상 앞섰고, 도마뱀의 이족 보행 화석으로는 첫 발견”이라고 설명했다.

교신 저자인 이융남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도 “도마뱀은 종 수는 많지만, 몸집이 작고 화석화되기 어려운 환경에서 살기 때문에 뼈나 흔적 화석은 매우 드물다”며 “도마뱀이 최소 1억1000만년 전부터 두 발로 뛰었다는 증거가 된다”고 밝혔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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