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T 빨리 큰 건 소비자 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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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IBM의 컨설팅 조직인 IBM BCS(비즈니스 컨설팅 서비스)에서 글로벌 사업 전략 부문을 총괄하는 소울 버먼(사진)박사는 한국 기업의 경영혁신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최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6시그마 같은 경영혁신 프로그램을 충실히 이행해 세계적 대기업으로 성장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미 격월간지 컨설팅 매거진은 그를 '가장 영향력 있는 컨설턴트 25인'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문제는 한국 산업의 앞날. 버먼 박사는"지금까지 한국 기업은 세계적 대기업들을 벤치마킹하면서 성장했지만 이제는 웬만큼 컸으니 방향을 정하고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기업 조직 내부엔 일본처럼 과거 성공에 집착하는'관성의 법칙'이 작동한다"며 "성공의 도취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미래가 어둡다"고 꼬집었다.

제품과 서비스 자체를 혁신하는 것보다 사업 모델을 혁신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조언도 했다."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으면 금방 경쟁업체들이 모방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정보기술(IT) 산업과 관련해서는 "첨단 기술을 잘 수용하는 한국 소비자와 첨단 인프라 덕분에 IT 산업이 빨리 컸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에 대해서는 "한국 내수 시장이 작기 때문에 한국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서 제품을 시험할 수 없다는 구조적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면에서 거대 내수시장이 있는 중국 자동차 업계가 유리하며 서구의 첨단 기술 및 경영기법을 빠르게 습득하고 있어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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