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조인원(사진) 경희대 총장은 학내에 인문학을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후마니타스 칼리지를 세웠다. 여타 대학들은 이른바 ‘문(文)·사(史)·철(哲)’로 불리는 인문대학의 정원을 줄이고 공학·경영학 등 실용학문 정원을 확대하고 있었다. 경희대는 거꾸로 나아간 것이다.
경희대의 모든 학생은 역사와 철학·우주론 등 인문학과 기초과학 수업을 33학점 이상 들어야 한다. 7년이 지난 지금 조 총장은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실험을 어떻게 평가할까. 다음은 조 총장과의 일문일답.
- 인문학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 “인간이 걸어온 길의 중심엔 가치와 윤리의 문제가 있다.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기술혁명 시대엔 계속 유지해야 할 가치, 그리고 변해야 할 것들을 구분해야 한다. 사람에게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기술의 의미는 달라진다. 이는 결국 인간이 판단할 문제고 이를 돕는 게 인문학이다. 후마니타스 칼리지는 학생들에게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주기 위해 설립했다.”
- 지난 7년간을 평가하면.
- “복제인간 등 기술의 발달이 가져올 문명의 변화를 예측하고 미래학의 관점에서 담론을 이끌어나가는 수업이 부족했다. 인문학과 과학·예술 등에 대한 통찰력을 통섭적 관점에서 제시할 수 있는 교수진을 많이 확보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이리나 보코바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처럼 폭넓게 세상을 바라보고 미래를 논할 수 있는 분들을 모셔올 계획이다.”
- 미래학자들은 20년 후 대학의 절반이 사라진다고 전망한다.
- “유튜브만 들어가도 석학들의 명강의가 넘친다. 캠퍼스의 울타리는 의미가 없어졌다. 앞으론 이런 추세가 더욱 광범위해지고 빨라질 것이다. 아직 대학이 존재하는 이유는 사회에서 학위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대학은 지식전달이 아니라 상상과 영감을 줄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
- 4차 혁명시대에 가장 고민해야 할 부분은.
- “성장과 번영 이면의 부작용들을 해결해야 한다. 계층양극화와 기후변화 등 사회 모순을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은 비단 산업만이 아니라 문화와 교육·의식·제도 등 문명 전환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윤석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