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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원 경희대 총장 “상상·영감을 주는 대학만 살아남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조인원 경희대 총장

조인원 경희대 총장

2011년 조인원(사진) 경희대 총장은 학내에 인문학을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후마니타스 칼리지를 세웠다. 여타 대학들은 이른바 ‘문(文)·사(史)·철(哲)’로 불리는 인문대학의 정원을 줄이고 공학·경영학 등 실용학문 정원을 확대하고 있었다. 경희대는 거꾸로 나아간 것이다.

경희대의 모든 학생은 역사와 철학·우주론 등 인문학과 기초과학 수업을 33학점 이상 들어야 한다. 7년이 지난 지금 조 총장은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실험을 어떻게 평가할까. 다음은 조 총장과의 일문일답.

인문학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인간이 걸어온 길의 중심엔 가치와 윤리의 문제가 있다.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기술혁명 시대엔 계속 유지해야 할 가치, 그리고 변해야 할 것들을 구분해야 한다. 사람에게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기술의 의미는 달라진다. 이는 결국 인간이 판단할 문제고 이를 돕는 게 인문학이다. 후마니타스 칼리지는 학생들에게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주기 위해 설립했다.”
지난 7년간을 평가하면.
“복제인간 등 기술의 발달이 가져올 문명의 변화를 예측하고 미래학의 관점에서 담론을 이끌어나가는 수업이 부족했다. 인문학과 과학·예술 등에 대한 통찰력을 통섭적 관점에서 제시할 수 있는 교수진을 많이 확보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이리나 보코바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처럼 폭넓게 세상을 바라보고 미래를 논할 수 있는 분들을 모셔올 계획이다.”
미래학자들은 20년 후 대학의 절반이 사라진다고 전망한다.
“유튜브만 들어가도 석학들의 명강의가 넘친다. 캠퍼스의 울타리는 의미가 없어졌다. 앞으론 이런 추세가 더욱 광범위해지고 빨라질 것이다. 아직 대학이 존재하는 이유는 사회에서 학위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대학은 지식전달이 아니라 상상과 영감을 줄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
4차 혁명시대에 가장 고민해야 할 부분은.
“성장과 번영 이면의 부작용들을 해결해야 한다. 계층양극화와 기후변화 등 사회 모순을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은 비단 산업만이 아니라 문화와 교육·의식·제도 등 문명 전환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윤석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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