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잡을 수 없는 10대의 분노에 백악관 진땀 … “총기 대책 논의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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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앞에서 총기 규제 관련 시위 도중, 드러눕는 퍼포먼스를 벌인 학생들. [AP=연합뉴스]

백악관 앞에서 총기 규제 관련 시위 도중, 드러눕는 퍼포먼스를 벌인 학생들. [AP=연합뉴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기 참사 이후, ‘총기 난사 세대’로 불리는 10대의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ABC방송은 19일 분노한 학생들이 백악관 앞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이들은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내가 다음 차례인가?”(Me Next?) “총기가 아닌 아이들을 보호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진행했다.

또 사망자 17명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17명의 학생과 시민들이 3분 동안 길거리에 드러눕는 퍼포먼스도 벌였다. 주최 측은 이들이 누워있던 ‘3분’이 총기 구매에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총기 개혁을 위한 10대’ 모임을 만들고 이 시위를 주도한 학생들은 ABC방송에 “정치인들이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나와 친구들이 행동을 취하기로 결정했다”며 “수많은 학교 총기 난사 사건이 있었지만 실제로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에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9일(현지시간) 백악관 앞에서 10대 주도로, 총기 규제를 주장하는 시위가 열렸다. [AP=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백악관 앞에서 10대 주도로, 총기 규제를 주장하는 시위가 열렸다. [AP=연합뉴스]

이런 분노는 온라인상에서도 번져 ‘#내가 다음 차례인가?(#Me Next?)’ ‘#다신 이런 일이 없기를(#Never Again)’과 같은 해시태그가 SNS 상에서도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10대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은, 참사 이후 총기 규제 목소리가 높아졌음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과 미 연방수사국(FBI) 비난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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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각계 인사들과 총기 사고 관련 대책 문제를 논의했으며, 총기 구매자의 신원을 조회하는 시스템을 개선하는 노력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진화에 나서고 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대통령이 지난 16일 공화당 존 코닌 상원의원과 만나 ‘닉스(NICSㆍ범죄경력조회시스템)’ 수정법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발표했다. 범죄자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 등 법률상 부적격자가 총기를 구매할 수 없도록 하는 시스템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것을 손보자는 의미로, 이 수정법안은 지난해 11월 발의됐지만, 아직 심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민주당 의원 등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가 아무리 이 법안을 지원한다 해도, 이것만으로는 총기 난사 문제에 대해 적절한 대응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 언론들은 또한 대통령이 오래전부터 총기 소유 옹호론자일 뿐 아니라, 지난 대선 당시 전미총기협회(NRA)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대책이 나오긴 힘들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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