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
봅슬레이 남자 2인승 경기에서 맨 마지막 팀으로 나선 저스틴 크립스-알렉산더 코파치(캐나다)가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경기장 분위기가 크게 술렁였다. 앞서 선두로 올라서있던 프란체스코 프리드리히-토르스텐 마르기스(독일)와 크립스-코파치가 1~4차 시기 합계 기록에서 모두 3분16초86으로 같았기 때문이다. 두 팀은 시상대에서 나란히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섰다. 거구의 남자 넷이 서기엔 좁아보였지만 이들의 표정은 행복해보였다.
올림픽 봅슬레이 사상 두 번째 공동 금메달이 나왔다. 1998년 나가노 대회 남자 2인승에서 귄터 후버-안토니오 타르타길라(이탈리아)와 피에르 루더스-데이브 매카천(캐나다)이 함께 금메달을 딴 뒤 20년 만이다. 전 종목을 통틀어선 겨울올림픽 사상 9번째 진기록이다.
두 팀이 나란히 금메달을 딴 건 100분의 1초까지만 시간을 재는 봅슬레이 경기의 특성 때문이다.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크로스컨트리, 바이애슬론 등은 1000분의 1초까지 따지면서 순위를 매긴다. 썰매 종목 중 하나인 루지도 1000분의 1초 기록에 따라 순위가 결정된다. 반면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은 100분의 1초만 재고, 이를 갖고 순위를 결정한다.
1차 주행부터 선두권을 형성한 두 팀은 기적같은 '공동 금메달'에 나란히 기뻐했다. 프리드리히는 "믿기지 않는 일"이라며 행복해했고, 크립스는 "대단한 쇼가 펼쳐졌다. 매우 특별하다"고 말했다.
평창=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