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 비리캐기 논란 휩싸인 '청문회 스타' 손혜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은 손 의원이 지난해 10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질의를 하는 모습. [뉴스1]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은 손 의원이 지난해 10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질의를 하는 모습. [뉴스1]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상조회사 보람상조의 비리 등 제보 수집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손 의원은 지난 18일 자신의 SNS에 최철홍 보람그룹 회장이 보람상조를 설립한 과정, 부인과 자녀에게 최 회장의 지분을 승계한 내용 등을 취재한 주간지 기사를 첨부하며 “보람상조 관련 비리 제보를 받겠다”는 내용의 글을 연이어 올렸다.

보람상조는 손 의원의 지역구(서울 마포을)와 맞닿은 고양시 덕은동에 대형 장례식장 신축 허가를 받은 상태다. 신축 추진 소식이 알려진 2015년 7월 이후 인근 지역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했지만, 고양시는 2016년 1월 허가를 내줬다. 민주당 관계자는 “고양시는 주민들의 반발을 고려해 건축 허가를 주저하다가 별다른 이유 없이 허가를 내주지 않을 경우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적법 요건을 갖춘 보람상조는 같은 해 3월 해당 부지를 매입했다. 이에 인접 지역인 상암동 주민들이 지역구 의원인 손 의원에게 민원을 제기했고, 손 의원이 보람상조를 타깃으로 공개적인 압박에 나선 것이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 [사진 손혜원 의원 페이스북 캡처]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 [사진 손혜원 의원 페이스북 캡처]

이에 적법한 건축허가를 받은 기업에 대해 국회의원이 공개적으로 비리를 캐는 일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 현상’을 넘어 국회의원이 특정 사기업을 겨냥해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손 의원이 올린 글에는 “의원이 공조직도 아닌 특정 사설 업체를 지정해 공개적으로 직접 나서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는 댓글이 달렸다. 중앙일보가 19일 이 같은 논란을 보도하자 손 의원은 이날 오전 해당 기사를 SNS에 공유하며 “공론화가 시작”이라고 적었다.

일부 네티즌은 이 글에 “반대한다. 법적으로 문제없는 일에 이렇게 대응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기도 했지만, 손 의원은 “제발 역공을 당해서 더 시끄러워지기를 바랄 뿐”이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어떤 형태로든 이번 일이 공론화되면 여론을 등에 업고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지역구 의원으로서 할 만큼 했다’는 명분을 쌓기 위한 행동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오전 자신의 SNS에 중앙일보 기사를 공유하며 '공론화가 시작'이라고 적었다. [사진 손혜원 의원 페이스북 캡처]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오전 자신의 SNS에 중앙일보 기사를 공유하며 '공론화가 시작'이라고 적었다. [사진 손혜원 의원 페이스북 캡처]

 보람상조는 난감해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보람상조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주민 공청회를 거치는 등 합법적으로 진행됐지만 장례식장이 혐오시설이라는 인식 때문에 저희도 어떻게 보면 억울한 부분이 있다”며 “일단은 (손 의원과) 최대한 오해를 풀어야 하고, 손 의원 측에서 공식 질문을 하면 거기에 맞게끔 사실관계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야당에선 쓴소리가 나왔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기업에 잘못이 있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바로 잡고 처벌을 받으면 될 일”이라며 “인민재판·여론몰이식으로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의원은 지역 주민의 대변자이면서 동시에 공익적 기능을 담당하는 사람인 만큼 님비현상을 다루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며 “이런 사안을 두고 해당 기업의 비리를 찾아내겠다는 건 단순 문제제기 차원을 넘어선 비정상적 방법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손 의원측 관계자는 "이번 사안을 페이스북에 공개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투명하게 공론화하겠다는 뜻"이라고 반박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이던 2015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홍보(PR) 전문가로 영입된 손 의원은 2016년 총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당명을 ‘더불어민주당’으로 바꾸고 당의 정책 방향을 홍보하는 데 전문성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