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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여교사 성폭행 사건 … 전교조 6일 만에 "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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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한국교총은 21일 "성폭행 교사를 교단에서 영구 추방하라"고 촉구했다. [뉴시스]

서울 K중학교에서 벌어진 교사 성폭행 사건의 불똥이 전교조 등 교원단체로 튀었다. 기간제(임시) 교사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W교사가 소속한 전교조에 대해 네티즌들의 사이버 공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 남부교육청은 21일 성폭력 혐의를 받고 있는 W교사를 직위 해제했다. 또 회식 자리에 참가한 교사도 조사해 징계할 방침이다.

◆ 교원단체 비난=W교사가 전교조 소속 조합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21일부터 전교조 홈페이지의 '열린 마당'에는 전교조를 공격하는 글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실명을 밝힌 한 네티즌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제목의 글에서 "전교조는 빨리 진상조사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비 전교조 교사가 이런 일을 저질렀다면 서명운동을 벌이고 학교에 공문까지 보냈을 텐데 어이가 없다"고 비난했다.

포털사이트에서도 W교사가 2003년 교육인적자원부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구축 반대를 위해 서명했었다는 글이 퍼지고 있다.

한국교총은 21일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으로 40만 교원의 명예가 크게 훼손됐다"며 "성폭행 교사를 강력 처벌하고 교단에서 영구 추방하라"고 밝혔다.

◆ 유감 표명한 전교조=전교조는 21일 오후 8시40분 "조합원이 연루됐다는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W교사가 구속(15일)된 지 6일이 지난 뒤 나온 첫 공식 입장이었다. 전교조는 '교사 성폭력 사건에 대한 전교조의 입장'이란 보도자료에서 "피해 여교사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하며 육체적.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모든 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번 사태에 대해 한치의 숨김없이 진실이 규명될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며, 관계 당국도 철저한 진상 규명과 처벌을 해달라"고 했다. 또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해당 교사를 조합원 제명 등 중징계하겠다"고 다짐했다.

전교조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현재 진상을 조사 중이지만 동료 교사들의 진술이 엇갈려 민감한 부분에 대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진상이 판명될 때까지 공식 입장을 표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임병구 대변인).

한국교총 한재갑 대변인은 "이명박 서울시장 '황제 테니스'나 '3.1절 골프'사건 때는 즉각 비판에 나섰던 전교조가 정작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선 책임을 피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국교총은 회식 자리에 참석한 한 교사가 소속 회원이라는 지적에 따라 확인될 경우 회원 제명 등 강력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 피해자 불이익 우려=파문이 이어지면서 피해 여성의 신분 노출 등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K중 성폭행 사건을 상담했던 C성폭력 상담소 관계자는 "피해자가 쓴 글이 왜곡된 채 인터넷에 퍼지고 있다"며 "피해자는 가해 혐의의 교사에 대해 법적인 처벌 외에 실명과 사진이 공개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피해 여성은 1월 사건 발생 후 대한법률구조공단 사이버 상담실에 피해 사실을 올리고 법적인 조언을 받았으나 이 과정에서 자신의 글이 공개돼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번진 것으로 드러났다.

경희사이버대 민경배 교수는 "네티즌들이 마구잡이로 글을 퍼 나르고 또 실명까지 공개하는 것은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사이버 폭력'"이라며 "관심을 끌기 위해 과장된 글을 올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양영유.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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