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 "세계신 세울 때 느꼈던 스피드라 실수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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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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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신기록(36초36)을 세우던 때의 속도였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스피드에 마지막에 실수했다. 그래도 후회하지 않는다."

」

'빙속 여제' 이상화(29·스포츠토토)의 마지막 질주가 끝났다. '라이벌 고다이라 나오(32·일본)에 가로막혀 은메달에 머물렀다. 이상화는 경기가 끝나고 펑펑 눈물을 쏟았다.

18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이상화가 시상대에서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이상화는 18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37초33으로 2위에 올랐다. 15조에서 아리사 고(일본)와 함께 달린 이상화는 36초95의 올림픽 기록을 세운 고다이라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2010 밴쿠버올림픽, 2014 소치올림픽에서 연속 금메달을 따낸 이상화의 3연패 도전도 실패로 끝났다.

100m 기록이 10초20으로 고다이라보다 0.06초 빨랐다. 세 번째 코너를 돌 때까지도 고다이라의 구간 기록을 0.2초 이상 앞섰다. 하지만 마지막 150m 구간에서 추진력을 붙이지 못했다.

18일 강릉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500m종목에서 이상화가 아쉬워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출발이 무척 좋았다.

"나도 빠르다는 걸 느꼈다. 세계신기록을 세울 때의 느낌이었다. 그런 빠른 느낌은 너무 오랜만에 느껴서 마지막에 실수가 있었다. 이미 끝났고 결과는 나왔다. 후회하지는 않고 값진 경기였다."

마지막 실수가 아쉽다.

"무릎 부상으로 인해서 스피드감을 잃었다. 그 감을 찾기까지 1년 반이나 걸렸다. 근데 올라오고 있었다. 특히 스타트 기록을 줄이기 위해 정말 노력을 많이 했다."

경기 끝나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안도감이 느껴졌다. 이제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3연패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 그래도 할 수 있다고 계속 되뇌었다. 경기를 준비하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경기가 야간에 치러지다 보니. 근데 모두 똑같은 조건이었다. 이제 나에게 휴식을 주고 싶다."

이상화가 18일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오벌에서 열린 2018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를 마친 뒤 고다이라 나오(일본)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상화는 이날 37초33으로 은메달을, 고다이라 나오는 36초94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확정 지었다. [뉴스1]

고다이라 나오에게 무슨 말을 했나.

"어렸을 때부터 나오와 함께 했다. 나오가 먼저 나에게 와서 아직도 나를 존경한다고 말을 하더라. 그래서 나도 말했다. '너는 1000m, 1500m에 이어 500m까지 뛰었다.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해줬다."

고다이라는 "상화에게 '잘했어'라고 말했다. 얼마나 큰 압박에 시달렸을지 알았기 때문에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여전히 우러러본다고 했다"고 전했다.

고다이라의 장점은.

"예전에 나오가 한국에 놀러 온 적이 있다.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 친구라서 챙겨주고 싶었다. 나는 나오와 시합했을 때, 기분이 나빴던 적이 없다. 서로 번갈아 가면서 1등을 했기 때문에 그랬다(웃음). 나는 1000m를 뛰는 이유는 500m 감을 위해서 그런 거다. 그런데 나오는 1000, 1500, 500m를 다 뛰는 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아스타나 월드컵이 끝난 후, 나오와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나오가 나에게 '평창올림픽에서 네가 1등하고, 내가 2등 할게' 그랬다. 나는 '아니야. 네가 1위하고, 내가 2위 할게' 그랬다. 실제로 그렇게 됐다(웃음). 서로 한국과 일본 음식 선물을 자주 줬다."

고다이라는 이상화의 장점에 대해서는 "항상 친절하다. 3년 전에 내가 서울에서 월드컵 대회에서 1등을 한 적이 있다. 그 직후 바로 네덜란드에 가야 해서 공항에 가는데, 상화가 택시비를 내줬다. 내가 이겨서 기분이 안 좋을 수 있는데 도와줘서 정말 고마웠다. 스케이터로서도 굉장히 훌륭한 내 친구다"고 했다.

고다이라 기록 봤나.

"안 봤다. 원래 준비할 때 스타트 라인 가까운 곳에서 준비한다. 그런데 안 보기 위해서 마지막 코너에서 준비했다. 그리고 현장이 워낙 시끄러워서 기록이 안 들렸다. 그게 내 목표였다. 그 선수의 기록을 듣고 타면 내 몸이 굳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올림픽 준비하면서 제일 힘들었을 때는.

"작년에 진짜 힘들었다. 종아리 부상이 너무 커서 누가 내 다리를 잡고 있는 느낌이었다. 몸은 앞으로 가고 있는데 기록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게 너무 힘들었다."

2022년 베이징올림픽 도전하나.

"(휙 얼굴을 돌리며) 몰라요(웃음). 아직 섣불리 은퇴를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경기장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고다이라도 한국어로 "몰라요"라며 웃었다) 작년에 나오에게 평창올림픽 끝나고 베이징올림픽까지 할 거냐고 물었는데 '네가 한다면 나도 할 거야'라고 말했다. 그래서 '아, 그러냐' 했다. 그런데 나는 아직 베이징올림픽 생각이 없다. 지금부터 제대로 쉬고 싶다."

강릉=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