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아니와우노"|김성호<중앙일보 출판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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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0대 사이에 유행하는 난센스 퀴즈중「E·헤밍웨이」의 소설『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6자로 줄이면 무슨 말이되겠느냐는 질문이 있다. 정답은『종아 니 와 우노』다.
난센스 퀴즈의 의외성은 차치하고라도 왜 정답이『종아 너왜 우니』라는 표준말이 아닐까. 그것은 수수께끼의 극적효과를 높이기 위해서일 것이다.
문학을 비롯한 예술작품에선지역적 특수성이나 분위기의 강조를 위해 흔히 사투리를 사용한다. 조정래의 장편소설『태백산맥』은 전남 벌교지방을 무대로하는데 이지방 사투리의 푸짐한 잔치상을 벌이고 있다.
『야아, 헌디 찬이 웁서서 워쩔께라?』
『아니어라, 지는 동지들 허고 함께 묵을람마요. 밥 식는디 싸게 드시씨요.』
『금메 빨갱이들이 다 도망가뿔고 읍내에는 순사들이 총미고 댕긴당께요.』
이처럼 소설을 재미있게 만드는 사투리도 그러나 국민의국어교육 측면에선 이만저만한장애요인이 아니다. KBS한국어연구회(회장 이장우아나운서)가 편찬한『방송언어 연구논총』에 실린 서울대 이현복교수의글「한국어의 순화와 표준발음교육」에 보면 우리가 표준말내지 표준발음을 써야할 세가지 당위성을 들고 있다.
첫째, 그것은 효율적인 의사소통에 필수적이며 둘째, 지역감정을 극복하는 지름길이고 세째, 교양인의 자격요건이 된다는 것이다.
한때 흐지부지하던 표준어 발음교육이 요즘「힘」을 얻고 있다. 정부가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에서 드러난 지역감정 해소방안의 하나로 공직자·교사·학생들에 대한 표준어사용지도를 강화하기로 한것이다. 여러 구체적 방안이 세워지고있는 모양인데 우선 여행대상에 공직자가 포함되어있는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60년대말 당시 권오병문교부장관은 수백만시청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고교 평준화조치를발표하면서『갱기(경기), 갱복(경복), 갱동(경동)…』하며 읽어내려갔다. 13대 대통령선거후보중의 한분이『학실히』로 발음해 화제가 된것은 바로 엊그제일이다.
국민의 국어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방송인 또는 방송에출연하는 인사들도 표준말로말하도록 노력해야 함은 물론이다. 라디오 사회자가『여러분, 날씨가 살살해 졌읍니다』라고 한다면 곤란한 일이다.
영국인들이 BBC방송의 발음을 영어표준발음으로 인정하듯이 우리도 방송 아나운서들의발음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정확한 표준말과 표준발음을 내도록 훈련받은 이들의 발음이(개중엔 부정확한 발음도 있지만)바로국어발음 교육의 산표본이 될것이다. 이들 아나운서들은 83년「한국어 연구회」를 조직, 자신들의 자체교육은물른 국어순화교육을 사회적 운동으로 전개하는 노력을 벌이고 있다.
동연구회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1월에 고시된「한글맞춤법및표준어 규정」은 우리의 국어생활에 획기적 영향을 미칠것이라는 것이다.
처음으로 음성언어학적 표준발음을 제정했고 일상생활의 편의를 의해 복수발음을 허용했다.
예를들어 「의」는「이」「에」로도발음될수 있다는 점이 공식 인정된 것이다. 표준어로의 접근이 한걸음 수월해진 셈이다.
구수하고, 인정미 넘치고, 고향의 품같은 사투리가 이제 극복의 대상이 되고있다. 과연 이것은 정치때문인가, 올바른국어를 사랑하는 마음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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