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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처럼 쏟아진 노란 푸 인형...피겨 '왕자'에서 '황제'가 된 하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7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일본의 하뉴 유즈루가 연기를 마친 뒤 기뻐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17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일본의 하뉴 유즈루가 연기를 마친 뒤 기뻐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4회전 전쟁'의 승자는 하뉴 유즈루(23·일본)였다. 그가 연기를 마치자 링크장 바닥엔 노란 푸 인형이 비처럼 쏟아지는 장관이 연출됐다.

링크장 바닥에 쏟아진 푸 인형을 줍는 보조 요원들. [AP=연합뉴스]

링크장 바닥에 쏟아진 푸 인형을 줍는 보조 요원들. [AP=연합뉴스]

하뉴는 17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109.55점, 구성점수(PCS) 96.62점을 받아 총점 206.17점을 기록했다. 전날(16일) 쇼트프로그램 111.68점을 합해 317.85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평창올림픽 일본 대표팀의 첫 금메달이다.

하뉴는 2014년 소치올림픽에 이어 남자 싱글 2연패(連覇)를 달성했다. 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에서 두 대회 연속 우승이 나온 건 1948년과 52년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딕 버튼(미국) 이후 66년 만이다.

2위는 306.90점을 얻은 일본의 신예 우노 쇼마(21)가 차지했다. 3위는 하뉴와 함께 브라이언 오셔 코치의 지도를 받는 하비에르 페르난데스(27·스페인)에게 돌아갔다. 페르난데스는 완벽한 클린 연기를 선보이며 쇼트와 프리 합계 305.24점을 얻었다.

이번 올림픽에서 하뉴와 우승을 다툴 것으로 예상된 미국의 ‘점프 머신’ 네이선 첸(19)은 무려 6번의 4회전 점프에 성공하며 215.08로 프리스케이팅 1위에 올랐지만 전날 쇼트에서의 부진(17위)를 넘지 못하고 5위에 그쳤다. ‘한국 남자 피겨의 희망’ 차준환(17)은 15위로 올림픽 첫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일장기를 들고 하뉴를 응원하는 일본 팬들.[AP=연합뉴스]

일장기를 들고 하뉴를 응원하는 일본 팬들.[AP=연합뉴스]

하뉴는 일본팬들의 열광적인 박수를 받으며 21번째로 빙판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팬들은 미리 준비해온 일장기를 흔들며 하뉴를 연호했다.

하뉴는 이날 4번의 4회전 점프를 준비했다. ‘세이메이’에 맞춰 연기를 시작한 하뉴는 첫 번째 과제인 쿼드러플(4회전) 살코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이어 쿼트러플 토루프도 실수없이 처리했다. 트리플 플립-플라잉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도 무난했다. 스텝 스퀀시에 이어 쿼트러플 살코와 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가 나오자 박수와 함께 환호가 터져나왔다.

4회전 점프를 구사하는 하뉴.[AP=연합뉴스]

4회전 점프를 구사하는 하뉴.[AP=연합뉴스]

17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일본 하뉴 유즈루가 연기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17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일본 하뉴 유즈루가 연기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쿼드러플 토루프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착지가 다소 불안했다. 준비한 싱글 루프와 트리플 살코를 점프를 연결하지 못했다. 이어 트리플 러츠 점프에서도 착지 실수가 나왔다. 하지만 마지막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을 돈 하뉴는 우승을 확신한 듯 오른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했다. 링크장 바닥엔 하뉴가 좋아하는 '위니 더 푸' 인형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겨울올림픽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남자 싱글 우승을 차지한 하뉴는 지난해까지 명실상부한 최고였다. 2013~14시즌부터 2016~2017시즌까지 4년 연속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했다. 세계선수권에서는 2014년과 2017년 우승을 차지했다. 쇼트프로그램(112.72점)과 프리스케이팅(223.20점), 총점(330.43점) 최고점 기록도 모두 가지고 있다. 기술의 정확성과 예술성 동시에 갖춘 최고의 스케이터다.

혼신의 연기를 펼치는 하뉴. [AP=연합뉴스]

혼신의 연기를 펼치는 하뉴. [AP=연합뉴스]

빼어난 실력 못잖게 귀공자 같은 외모까지 갖춘 하뉴는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이날 경기장을 메운 팬들의 대부분은 일본 여성이었다. 하뉴는 올림픽을 코 앞에 두고 부상을 입어 올림픽 출전 자체가 불투명했다. 하뉴는 지난해 11월 그랑프리 4차 대회를 앞두고 공식 훈련을 하다가 오른 발목을 다쳤다. 하뉴는 이후 모든 대회 출전을 포기하고 올림픽 선발전을 겸한 일본선수권에도 불참했다. 하지만 하뉴는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올림픽에 참가했다. 혼신의 연기를 선보이며 금메달로 기대에 부응했다.

강릉=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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