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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피겨 왕자 하뉴, 3개월 공백 무색한 쇼트 1위

중앙일보

입력

하뉴 유즈루가 16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서 1위에 올랐다. [강릉=연합뉴스]

하뉴 유즈루가 16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서 1위에 올랐다. [강릉=연합뉴스]

강릉 아이스아레나는 마치 '피겨 왕자' 하뉴 유즈루(24·일본)의 콘서트장 같았다. 하뉴가 부상 공백을 딛고 아름다운 연기를 펼치며 쇼트프로그램 1위에 올랐다. 경쟁자로 꼽혔던 '점프 기계' 네이선 첸(19·미국)은 실수를 연발하며 17위에 머물렀다.

하뉴는 16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63.18점, 구성점수(PCS) 48.50점을 받아 총점 111.68점으로 1위에 올랐다. 하비에르 페르난데스(스페인·107.58점), 우노 쇼마(일본·104.17점)가 2,3위에 올랐다. 한국 대표 차준환(17·휘문고)은 개인최고점인 83.43점을 받으며 15위로 프리스케이팅 진출에 성공했다. 15위는 한국 남자 싱글 역대 최고 성적이다.

16일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한 하뉴 유즈루를 응원하는 일본 응원단. [강릉=연합뉴스]

16일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한 하뉴 유즈루를 응원하는 일본 응원단. [강릉=연합뉴스]

하뉴는 지난해 11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차 그랑프리 연습 도중 쿼드러플 러츠 점프를 뛰다 부상당했다. 이후 3개월 동안 대회에 참가하지 않으며 치료와 훈련에 매진했다. 경기장은 일본에서 건너온 팬들로 가득 했다. 일장기와 하뉴를 응원하는 문구가 여기저기 내걸렸다. 워밍업에서 하뉴가 자그마한 동작을 하기만 해도 탄성이 터졌다. 5조 첫번째 선수로 나선 하뉴는 쿼드러플 살코 점프를 성공시켰다. 터질 것 같은 환호성이 나왔다.

16일 피겨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경기 뒤 인터뷰를 하고 있는 하뉴 유즈루. [강릉=김효경 기자]

16일 피겨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경기 뒤 인터뷰를 하고 있는 하뉴 유즈루. [강릉=김효경 기자]

자신감을 얻은 하뉴는 트리플 악셀, 쿼드러플 토룹+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를 깨끗하게 성공한 뒤 남은 구성요소도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사흘 전 기자회견에서 "클린만 하면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 같다"던 호언장담이 그대로 이뤄졌다. 경기 뒤에는 하뉴가 좋아하는 '위니 더 푸' 인형 백여 개가 링크에 쏟아졌다. 일본 언론들도 하뉴의 연기에 환호성을 질렀다.

하뉴 유즈루의 팬들이 경기장 안으로 던진 푸 인형을 정리하는 화동들. [강릉=뉴스1]

하뉴 유즈루의 팬들이 경기장 안으로 던진 푸 인형을 정리하는 화동들. [강릉=뉴스1]

경기 뒤 나타난 하뉴는 "오늘 아침 연습에서 살코에 실패해 조금 불안했다. 하지만 조정을 했고, 점수에 만족한다. (첫 점프를 루프에서)살코로 바꿔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의 성원을 듣고 '아, 내가 이렇게 (링크에)돌아왔구나'라고 실감했다"며 웃었다. 그는 "최상의 상태에서 곡을 느끼며 뛰었다. 연습해왔던 그대로 몸이 움직여줄 것이라 생각했다. 살코, 토룹, 악셀 모두 그동안 쭉 해왔던 점프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고 했다. 하뉴는 "부상 없이 지금 이렇게 여기서 스케이트를 탈 수 있다는 사실이 즐겁다"면서도 "조금 피곤하다"고 웃었다.

쇼트프로그램 경기 도중 넘어지고 있는 네이선 첸(미국). [강릉 AP=연합뉴스]

쇼트프로그램 경기 도중 넘어지고 있는 네이선 첸(미국). [강릉 AP=연합뉴스]

한편 지난해 강릉에서 열린 4대륙 선수권에서 은메달을 따낸 첸은 공식연습과 단체전에서의 부진을 털지 못하고 최악의 경기를 했다. 첸은 쿼드러플 러츠-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을 시도했으나 첫 점프 착지 과정에서 넘어져 두 번째 점프는 뛰지 못했다. 쿼드러플 토룹, 트리플 악셀도 실수가 나왔다. 지난해 미국선수권에서 쇼트와 프리 합쳐 7번이나 4회전 점프를 구사한 '점프 기계' 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최종 점수는 82.27점, 순위는 17위. 프리보다 쇼트에 강점이 있던 첸이었기에 메달 획득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강릉=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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