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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격 순간, 벽장에 숨어 공포 버틴 교사와 아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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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출석한 플로리다 고교 총격범 니콜라스 크루스(왼쪽)와 미 플로리다 주 총격 사건 발생한 고교의 학생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오른쪽) [AFP, AP=연합뉴스]

법정에 출석한 플로리다 고교 총격범 니콜라스 크루스(왼쪽)와 미 플로리다 주 총격 사건 발생한 고교의 학생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오른쪽) [AFP, AP=연합뉴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로 학생과 교사 등 17명이 목숨을 잃고, 15명이 다친 가운데, 사고 순간 학생들을 벽장 속으로 피신시켜 총격을 피한 교사의 사연이 알려졌다.

CNN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2시 30분쯤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들떠있던 학교에 소방 사이렌이 울렸다.

이 학교 교사 멜리사 펄코스키는 평소 훈련하던 대로 아이들을 밖으로 내보낼 참이었다.

하지만 1~2분 뒤 보안직원이 교내에 총격범이 있다고 알려왔다.

소방 사이렌은 총격범 니콜라스 크루스(19)가 학생들을 복도로 유인하기 위해 일부러 울렸던 것이었다.

보안직원의 이야기를 들은 펄코스키는 그 순간 복도에서 서성이던 학생들에게 다시 교실 안으로 들어가라고 소리쳤다.

아이들이 교실로 들어오자 펄코스키는 교실 문을 걸어 잠그고, 아이들 19명과 함께 좁은 벽장으로 향했다.

교내에 총격범이 있다는 것을 들은 지 불과 1분에서 1분 30초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교사와 학생들은 벽장 속에서 30분을 버텼다.

벽장 밖에서 벌어지는 총격 소리에 몇몇 아이들은 울부짖었지만, 대부분은 숨죽인 채 공포의 시간을 견뎠다고 펄코스키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후 펄코스키와 학생들은 경찰특수기동대(SWAT) 요원들에 발견돼 안전하게 구출됐다.

14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의 파크랜드의 한 고등학교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 CBSNews 캡처]

14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의 파크랜드의 한 고등학교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 CBSNews 캡처]

펄코스키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면서도 "평소 총격 사건에 대비한 훈련을 하지만 충분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준비돼 있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브로워드 카운티 학교들이 상황에 대비했지만,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 우리 정부와 나라가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총기를 난사한 니콜라스 크루스(19)는 한 백인우월주의 단체에 속해 군대식 훈련도 받은 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가 난 학교에 다니다가 퇴학을 당했고, 화재 비상벨을 울려 학생들을 복도로 뛰쳐나오게 하는 등 치밀하게 계획한 범행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는 미국 역사상 학교에서 벌어진 최악의 총기 참사 중 하나로 기록됐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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