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피겨 염대옥-김주식 "남측 관중들 응원, 힘이 됐다"

"남측 응원단이 열광적으로 응원해줘서 힘을 얻었다."

14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페어 쇼트프로그램에서 북한의 렴대옥과 김주식이 경기를 마치고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렴대옥의 손에는 관중들로부터 받은 인형이 들려 있다. [강릉=연합뉴스]

북한 피겨스케이팅 페어 염대옥(19)-김주식(26)이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개인 최고점을 기록했다. 염대옥-김주식은 14일 오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페어 쇼트프로그램에서 69.40점의 개인 최고점을 작성하면서 중간 11위에 올랐다. 염대옥-김주식 조의 종전 쇼트 개인 최고점은 65.25점이었다.

이날 북한 응원단 100여명이 경기장을 찾아 염대옥-김주식 조를 응원했다. 염대옥-김주식이 리프트, 점프 등 고난이도 기술을 성공할 때마다 환호를 보냈다. 배경음악 박자가 빨라지자 박수를 치며 응원하기도 했다. 그리고 염대옥-김주식 조가 실수 없이 연기를 마치자 벌떡 일어나 인공기를 흔들며 기뻐했다. 관중들도 빙판 위로 인형을 던져 축하해줬다.

북한 피겨 페어 염대옥-김주식 조를 취재하기 위해 믹스트존에 늘어선 국내외 수 십여명 기자들. 강릉=박소영 기자

평소 무뚝뚝했던 염대옥과 김주식도 키스앤크라이존(점수를 확인하는 곳)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그리고 개인 최고점을 받자 서로 껴안고 기뻐했다. 경기가 끝난 후 올림픽 주관방송사 NBC, 올림픽 방송사 OBS 등의 인터뷰 요청에도 응했다. 그러나 수십 명의 내·외신 취재진에게는 "감사합니다"라는 말만 남긴 채 빠르게 지나갔다.

김주식과 염대옥은 지난 1일 강릉선수촌에 들어온 이후 줄곧 말을 아꼈다. 특히 훈련시간에 점프를 실패하거나 기술이 잘 되지 않으면 믹스트존(취재공동구역)을 굳은 얼굴로 빠져나갔다.

14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북한 피겨 페어 염대옥-김주식 조를 응원하러 온 북한 응원단. 인공기를 흔들고 있다. 강릉=박소영 기자

그러나 이날은 개인 최고점을 기록한 덕분인지 표정이 밝았다. 김주식은 "긴장됐는데 우리 응원단과 남측 응원단이 열광적으로 응원해줘서 힘을 얻어 이렇게 잘한 것 같다"며 미소를 보였다. 또 한국 관중들이 응원해 준 것에 대한 소감을 묻자 김주식과 염대옥은 "오늘 경기하면서 한 핏줄을 나눈 인민이란 걸 느껴다. 역시 우린 한민족이라는 걸 더 절감했다"고 말했다.

14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페어 쇼트프로그램에서 북한의 렴대옥과 김주식이 연기를 펼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또 염대옥은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것에 대해 "우리 당에서 날 이만큼 키워주고 감독 동지, 짝패 동지가 이끌어줘서 내가 빛인 난 것이지, 나 혼자의 힘으로 이렇게 된 게 아니다"고 했다. 김주식은 개인 최고점에 대해서는 "내일 경기까지 봐야 우리 점수의 총점이 나오기 때문에 내일 경기가 끝난 다음에 말하겠다"고 했다.

프리스케이팅 진출에 성공한 염대옥-김주식 조는 15일 남은 경기를 치른다. 김주식은 이날 개인 최고점을 경신한 것에 대해 "내일 경기까지 봐야 우리 점수의 총점이 나오기 때문에 내일 경기가 끝난 다음에 말하겠다"고 했다.

강릉=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