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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직 여교사 성폭행한 교사… 사진·실명 인터넷에 급속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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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기간제 교사 성폭행 사건의 소상한 내용이 담긴 글이 인터넷에 올라 있다. 피해 여성이 성폭력상담소에 올린 이 글은 가해 교사의 사진과 함께 급속히 유포되고 있다.

서울의 중학교 남자 교사가 같은 학교에서 기간제(임시)교사로 근무했던 여성을 회식 자리에서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성폭행 과정이 담긴 글, 구속된 교사의 실명과 사진이 무차별적으로 유포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 사건 발단=서울 구로경찰서는 15일 K중학교 교사 W씨(28)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치상) 혐의로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W씨는 1월 초 기간제교사로 영어를 가르치던 여교사 C씨와 같은 학교 남자 교사 두 명을 자신의 집에 불러 회식을 한 뒤 술에 취한 C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W씨는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계약직으로 근무했던 C교사의 근무 기간이 끝나자 "회식 겸 송별회를 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 C씨는 "소주와 양주 2병을 교사 3명과 나눠 마셨는데 화장실을 다녀오다 정신을 잃었다"며 "깨어났을 때 W씨가 성폭행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W씨는 서울시교육청 조사에서 "(옷을 벗기는 등) 시도만 했을 뿐 실제로 성폭행은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시교육청 관계자는 전했다. 또 다른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사가 신분이 불안한 여교사를 집에 불러 술자리를 갖고 추태를 부린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W교사는 현재 구속 수감 중이다.

◆인터넷 확산=피해 여성이 성폭력상담센터에 올렸다는 글이 17일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네티즌들이 'K중 여교사 성폭행 사건을 알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여러 사이트에 이 글을 퍼뜨린 것이다.

이 글이 올라온 한 포털 사이트에는 글이 올라온 당일 처벌을 요구하는 항의 서명이 1만 건을 넘어서기도 했다.'성폭행X'이라는 제목이 붙은 W씨의 사진도 함께 유포됐다. 또 술자리에 합석했던 P.K 교사의 사진과 이들을 비난하는 글도 인터넷에 퍼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학교도 피해를 보고 있다. 주요 사이트에서 해당 학교 이름을 입력하면 관련 사건 내용이 담긴 글과 가해 혐의의 교사 사진까지 뜬다. 이 학교 관계자는 "학교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글을 모두 삭제했다"고 말했다. 구로서 관계자는 "피해자는 자신이 글을 올린 적이 없다고 말하는 등 불안해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다른 교사들은 혐의가 없는데도 공범인 것처럼 글을 올리는 것은 명백한 명예훼손"이라고 말했다.

◆다시 불거진 기간제 문제=기간제 교사란 학교장이 1년 또는 2년 등 기간을 두고 채용하는 임시교사를 말한다. 정규직 교사가 출산.질병 등으로 정상적으로 교단에 설 수 없을 때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채용한다. 문제는 이들의 신분이 불안하다는 점이다.

2003년 4월 충남 B초등학교에서 S교장이 기간제 여교사에게 차 심부름을 시켰다가 문제된 적이 있다. 당시 기간제 교사는 이 일을 인터넷에 올렸고 전교조의 항의를 받은 S교장은 고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교조는 당시 기간제 교사의 인권 문제를 부각하며 교육부에 대책을 요구했다.

전교조도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전교조 서울지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관련된 사람(조합원)이 한 명 있다는 얘기를 18일 들었다"며 "20일부터 진상조사팀을 만들어 조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 당국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밝혔다.

강홍준.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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