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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Talk] 올림픽 타임키퍼 오메가가 86년 동안 지킨 전통은?

중앙일보

입력

12일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올림픽 공식 타임키퍼인 오메가의 타임키핑 기술 시연회에서 알랭 조브리스트 오메가타이밍 CEO가 마지막 바퀴를 알리는 '라스트 랩 벨'을 들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12일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올림픽 공식 타임키퍼인 오메가의 타임키핑 기술 시연회에서 알랭 조브리스트 오메가타이밍 CEO가 마지막 바퀴를 알리는 '라스트 랩 벨'을 들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오메가 시계 모르시는 분들은 없겠죠. 롤렉스와 함께 스위스를 대표하는 명품 시계업체입니다. 그런 오메가는 올림픽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회사입니다. 1932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부터 공식 타임키퍼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메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번 평창올림픽은 물론 2032년에 열릴 겨울올림픽(개최지 미정)까지 함께 할 예정입니다.

1936년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겨울올림픽에선 출발선과 도착선에서 시간을 재고 선수의 주머니에 쪽지를 넣어 기록을 측정했습니다. 당시엔 10분의1초까지 측정이 가능했습니다. 1948년 생모리츠 대회에선 지금도 사용되는 포토일렉트릭 셀이 등장했습니다. 결승선을 비슷하게 통과한 선수를 판독할 때 쓰는 사진을 찍는 그 카메라입니다. 1초당 1000장을 찍는 카메라 덕분에 1000분의1초까지 측정이 가능해졌죠. TV 시대가 도래한 뒤엔 경기장 내, 중계 화면, 심판, 언론에게 통합된 시간을 보여주는 시스템이 구축됐습니다. 1968년 멕시코시티 여름올림픽에선 수영 종목의 터치패드가 등장했습니다. 당시엔 말 그대로 혁신적인 기술이었죠.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선 '화약'이 사라졌습니다. 출발 피스톨이 전자식으로 바뀐 것입니다. 이는 매우 획기적인 변환입니다. 빛이 소리보다 느리기 때문에 유불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공기 중 소리의 속도는 초속 약 340m이니 총성에서 3.4m만 떨어져 있어도 소리를 0.01초 늦게 듣게 됩니다. 출발선에서 심판과 가까이 자리한 선수가 총성을 더 빨리 들으니 유리하다는 뜻이죠. 100분의 1초, 1000분의 1초까지 따지는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에선 엄청난 차이입니다. 하지만 전자식 총은 스피커와 연결돼있기 때문에 어느 자리에서든 공평하게 출발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올림픽 타임키퍼 오메가 기술시연회에서 전자총을 시험발사하는 모습.

올림픽 타임키퍼 오메가 기술시연회에서 전자총을 시험발사하는 모습.

저는 12일 오메가의 초청을 받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을 돌아보며 오메가의 시간 계측 시스템을 지켜봤습니다. 오메가의 첨단 기술이 집약된 강릉 스피드스케이팅장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레디, 셋, 스타트'를 외치며 전자총을 쏴보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전날 경기에서 적용된 사례도 봤습니다. 이승훈 선수가 출전했던 11일 남자 5000m 경기입니다. 이날 9조에서 함께 달린 테드 얀 블뢰멘(캐나다)과 스베르 룬드 페데르센(노르웨이)은 결승선을 거의 동시에 통과했습니다. 기록은 똑같은 6분11초61. 하지만 포토 피니시 카메라 기술로 블뢰멘이 0.002초 앞선 것이 가려졌죠. 블뢰멘은 스벤 크라머(네덜란드)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페데르센은 동메달을 따냈습니다.

지난 10일 오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500m 준결승에서 서이라가 캐나다의 샤를 아믈랭에게 0.002초 뒤진 장면을 사진으로 촬영한 모습. 오메가는 10000분의 1초까지 가릴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강릉=연합뉴스]

지난 10일 오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500m 준결승에서 서이라가 캐나다의 샤를 아믈랭에게 0.002초 뒤진 장면을 사진으로 촬영한 모습. 오메가는 10000분의 1초까지 가릴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강릉=연합뉴스]

10일 열린 쇼트트랙 남자 1500m 준결승에서도 서이라(26·화성시청)이 샤를 아믈랭(캐나다)에 0.002초 뒤져 결승 진출에 실패했는데 이 때도 사진이 활용됐습니다. 알랭 조브리스트 오메가타이밍 최고경영자(CEO)도 "평창올림픽에서 기록 측정으로 불이익을 받는 선수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습니다.

이번 대회에선 '모션센서'가 처음으로 도입됐습니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이 발목에 착용한 채 경기를 하면 1만 개가 넘는 정보가 자동으로 컴퓨터에 모이게 됩니다. 이를 통해서 다양한 분석과 정확한 구간기록 등을 미디어에게 제공하게 됩니다. 물론 스피드스케이팅 뿐만은 아닙니다. 스키 선수들은 부츠에, 썰매는 안쪽에 설치됩니다. 조브리스트 대표는 "여러 명의 선수가 함께 출전하는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가 처음으로 채택됐는데 모든 선수들의 정확한 기록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오메가의 무선응답기 트랜스폰더.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은 이 장비를 발목에 차고 경기를 한다. [강릉=연합뉴스]

오메가의 무선응답기 트랜스폰더.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은 이 장비를 발목에 차고 경기를 한다. [강릉=연합뉴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건 첨단 기기가 아닌 마지막 바퀴를 알리는 종이었습니다. 이 종은 오메가가 직접 제작하지는 않고, 스위스의 한 업체에 주문해 만드는데요. 모든 것이 전자화, 자동화된 이 경기장에서 거의 유일하게 수동으로 작동하는 물건이었습니다. 조브리스트 대표는 "1936년부터 지금까지 전통을 이어간다는 의미에서 심판이 직접 치는 '파이널 랩' 종을 전자화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디자인은 거의 바뀌지 않지만 올림픽 엠블럼만 바꾼다고 하네요.

강릉=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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