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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기지'에서 '소비 시장'으로…베트남으로 가는 한국 기업들

중앙일보

입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왼쪽)은 지난 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총리 공관에서 응우웬 쑤언 푹 총리(오른쪽)를 만나 사업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 효성]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왼쪽)은 지난 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총리 공관에서 응우웬 쑤언 푹 총리(오른쪽)를 만나 사업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 효성]

한국 기업의 베트남 진출이 속도를 내고 있다. 베트남은 국내 제조업의 저임금 생산기지 정도로 인식됐지만, 최근 경제 성장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한국 기업의 주요 교역 상대국이자 소비 시장으로 주목받게 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3일 2020년까지 양국 간 교역량 1000억 달러(109조원) 달성에 합의하기도 했다.

효성, 8일 응우웬 쑤언 푹 총리 만나 사업 확대 논의 #베트남, 빠른 경제성장으로 국민 소득 급증 #"역동적인 1억 인구 시장…소비 시장 활용 전략 짜야"

베트남 진출 효과를 톡톡히 누린 곳은 효성그룹이다. 효성은 지난 2007년 호찌민시 인근에 베트남법인을 설립한 뒤 현재까지 총 15억 달러(1조6000억원)를 투자했다. 효성의 대표 상품 스판덱스(신축성이 있는 폴리우레탄 합성 섬유)와 타이어코드(타이어 원료로 쓰이는 섬유)의 절반 가까이가 생산되는 곳도 베트남이다.

효성은 지난해부터는 베트남 남부 바리아붕따우성에 폴리프로필렌(이불솜·돗자리 등에 쓰이는 화학 소재) 생산 공장과 액화석유가스(LPG) 가스 저장탱크 건립을 위한 투자 절차가 진행 중이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지난 8일(현지시간)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응우웬 쑤언 푹 총리와 만나 "스판덱스·타이어코드뿐 아니라 화학·중공업 부문에서도 현지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과거 의류·봉제업 일색이었던 한국 기업의 베트남 투자는 2000년대 중반 이후 휴대전화·가전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확장됐다. 삼성전자는 2009년, LG전자는 2015년부터 하노이 인근에 생산공장을 짓고 TV·휴대전화·카메라 모듈 등을 생산하고 있다.

베트남 증시가 활황을 보인 지난해부터는 국내 금융권의 진출도 활기를 띠고 있다. KB증권은 지난달 29일 베트남 하노이에 자회사 'KBSV'를 출범했고 한국투자증권도 지난 1일 베트남 현지 합작사 '키스 베트남'에 380억원을 추가로 투자하기로 했다.

특히 베트남은 빠른 경제 성장으로 국민 소득이 늘면서 소비 시장으로서의 매력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베트남 23세 이하 축구 국가대표팀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십 준우승으로 이끈 '박항서 매직' 효과 등 '한류 마케팅'도 현지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롯데와 CJ그룹 등 국내 유통회사들이 백화점·대형마트·영화관·음식점업 등에 앞다퉈 진출에 나서는 이유다.

정선인 산업연구원 글로벌전략연구단 연구원은 "1억명에 가까운 인구, 젊은 인구 구조 등은 베트남 시장의 매력을 한 층 높이고 있다"며 "한국 기업은 베트남을 생산기지로 활용하는 데서 벗어나, 소비 시장으로의 시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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