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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클러·경보기 OFF…화재 참사에도 여전한 안전불감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9일 오전 울산 남구 뉴코아아울렛에서 불이 나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전 울산 남구 뉴코아아울렛에서 불이 나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12월 21일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2018년 1월 26일 밀양 화재 등 연이은 대형 화재 참사에도 안전불감증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울산 뉴코아아울렛는 볼링장 공사한다고 스프링클러 꺼 #8일 부산 대학생 행복기숙사는 화재감지기 오작동한다고 꺼

9일 오전 10시 56분쯤 울산 남구 번화가에 있는 뉴코아아울렛 10층에서 불이 났다. 불이 난 층에 스프링클러가 있었지만 10층 볼링장 내부 공사를 이유로 꺼둔 것으로 밝혀졌다. 공사는 이달 13일 완료될 예정이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이 지하 7층~지상 12층에 있던 220여 명을 무사히 대피시켜 인명피해는 없었다. 울산 남부소방서는 공사장의 용접 불티가 주변 연소 물질에 옮겨붙어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소방당국은 현장에 220여 명의 소방인력을 투입했다. 불은 오전 11시 50분쯤 잡히는 듯했으나 공사 자재 등에 옮겨붙으면서 오후 1시 17분이 돼서야 큰 불길을 잡았다. 오후 1시 33분쯤 불을 완전히 껐다.

남부소방서 관계자는 “10층 스프링클러는 정지된 상태였다”고 밝혔다. 방화문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이 “소방차가 온 뒤에도 한참 동안 소방차에서 물이 안 나왔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소방 관계자는 “직접 진입해 건물 내 소화전을 이용해 불을 끈 것”이라고 해명했다. 화재진압 시 실내 소화전이 있을 경우 실내 소화전을 먼저 사용한다는 설명이다.

경찰은 공사 작업자들을 상대로 화재 발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 8일 밤 부산 남구 부경대학교 내 기숙사 8층 베란다에서 불이 났다. [연합뉴스]

지난 8일 밤 부산 남구 부경대학교 내 기숙사 8층 베란다에서 불이 났다. [연합뉴스]

지난 8일 오후 11시 43분쯤에는 부산 남구 부경대 내의 행복연합기숙사 8층 베란다에서 불이 났다. 화재를 발견한 5층 학생이 119에 신고했다. 학생들이 소화기로 자체 진화하려 했고, 불이 난 방의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10분 만에 진화됐다.

하지만 화재경보기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불이 나자 야간근무자가 안내방송으로 화재 사실을 알리면서 학생 300~500명이 1층으로 대피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

부산 남부소방서 조사관 이경훈(43) 소방장은 “기숙사 8층에서 실제 화재가 발생하기 8분 전에 4층에서 화재경보기가 오작동하면서 벨이 울리자 직원이 임의로 경보기의 음향시설을 정지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겨울철 기숙사 내외부의 온도 차이에 따른 화재경보기의 감지기에 결로(結露·이슬이 맺힘)현상이 생기면서 오작동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기숙사 관계자도 “화재 발생 10분 전쯤에 4층의 화재경보기가 오작동해 꺼뒀다”고 소방당국에 진술했다. 경찰은 기숙사 8층에 입주해 있는 학생이 베란다에서 담배꽁초를 쓰레기통에 버린 것을 화재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숙사를 운영하는 한국사학진흥재단은 화재경보기가 불량해 자주 오작동이 일어나는 것으로 판단해 화재 감지기 400개를 모두 방수형 감지기로 교체키로 하고 곧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부산 남부소방서는 “자동으로 작동하는 화재경보기를 임의조작한 혐의(소방법 위반)로 기숙사 소방안전관리자와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기숙사 관장을 행정처분(과태료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과 교수는 “나만 아니면 된다는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며 “이런 복불복 문화를 없애야 하며 소방시설에 대한 투자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울산=황선윤·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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