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9일 오후 1시47분.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태운 전용기가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했다. 10분 뒤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차관급)과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영접을 위해 게이트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전용기 문으로 직접 연결되는 브릿지(이동형 연결 통로)를 통해 기내로 들어간 뒤 북한 대표단과 함께 나왔다. 김영남과 남 차장이 먼저 걸어나오고 김여정이 뒤따랐다. 천 차관은 김여정의 뒤에 있었다. 김영남이 게이트 밖으로 나오자 미리 기다리고 있던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환영합니다”라며 반갑게 맞았다.
#2. 비슷한 시각 강원도 양양국제공항을 통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입국했다. 전용기의 이동식 계단을 내려온 아베 총리를 맞이한 것은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이었다. 이수훈 주일 대사와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 安政) 주한 일본 대사의 모습도 보였다.
김영남과 아베 총리는 ‘행정 수반인 총리’로 의전 서열이 같다. 하지만 김영남은 장관이 영접했지만 아베 총리는 차관이 맞이했다. 올림픽처럼 각국 정상들이 다수 참석하는 행사를 치를 때 정상급 외빈들에 대한 의전을 어떻게 할지는 외교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이날 북한 대표단에 대한 영접은 특별했다. 김영남의 급을 고려하면 장관이 맞이하는 것도 의전 관례상 가능하지만, 차관이 두 명이나 같이 나간 것은 이례적이다. 청와대 인사가 직접 영접하는 경우도 드물다. 아베 총리가 도착했을 때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안토니우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 초청 오찬에 배석중이었다.
의전 서열상 가장 높은 정상급은 국가 원수인 대통령이다. 지난 7일 방한한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슈타인마이어 대통령 부부가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했을 때 영접한 사람은 장관급이 아닌 이금로 법무부 차관이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