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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준우승 … "자랑스러운 내 아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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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18일 '독일은 수퍼스타를 찾는다' 결승전에서 마이크 레온 그로슈(왼쪽)가 노래를 마친 후 어머니 서성윤씨를 찾아와 포옹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대회에서 열창하는 마이크.

"가수로서의 꿈을 계속 펼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독일판 하인스 워드'로 관심을 모은 한국계 혼혈 가수 마이크 레온 그로슈(29)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배어났다'(본지 17일자 Week& 1면 보도). 18일(현지시간) 독일 최대 민영방송 RTL이 개최한 신인가수 선발대회 '독일은 수퍼스타를 찾는다'의 결선에서 그는 아깝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노심초사하며 객석에서 응원을 보내던 파독 간호사 출신의 어머니 서성윤(53)씨는 마이크가 무대에서 내려와 두 팔을 벌리자 "사랑한다, 자랑스러운 내 아들."이라고 위로하며 미소를 지었다. 사실 서씨 입장에선 변변히 음악교육 한번 시켜주지 못한 아들이 지난 6개월간 1만4072명이 경쟁한 대회의 결선 무대에 섰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했다.

이날 대회가 열린 쾰른의 RTL 방송국 스튜디오는 용광로처럼 열기가 후끈 달아 올랐다. 7036대 1의 경쟁을 뚫고 결선에 오른 마이크와 경쟁자인 남부 독일 출신의 근육질 가수 토비아스 레그너(23)는 온몸을 불사르듯 노래를 불렀다. 두 사람이 각자에게 주어진 세 곡을 차례로 부를 때마다 관중석은 환호성과 박수소리로 떠나갈 듯 했다.

피를 말리는 한판 승부였다. 마이크가 먼저 무대에 올랐다. 그가 로비 윌리엄스의 '엔젤', 실의 '러브즈 디바인'을 열창하자 흥분한 관객들은 '추가베(앵콜)'를 외쳐댔다. 토비아스 역시 좌중을 휘어잡는 기량을 과시했다. 그는 자신감과 힘이 넘치는 목소리로 U2의 '뷰티풀 데이'와 프린스의 '퍼플 레인'을 인상깊게 소화해 냈다. 팬들은 발을 구르며 열광했다.

다음으로 두 사람을 위해 특별히 만든 신곡을 소개하는 순서가 이어졌다. 역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박빙의 승부였다. 심사위원단은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양쪽 모두 흠잡을 데 없었기 때문이다. 한 심사위원은 "두 사람 다 너무 잘 불렀다. 누가 우승하든 두 사람은 이미 수퍼스타"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스튜디오를 빼곡히 메운 1200명의 방청객은 자정이 넘도록 긴장을 풀지 못했다. 그 누구도 우승자를 자신있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전에 결선을 앞두고 행해진 방송사의 여론조사에선 마이크가 유리했다. 대다수 방청객들은 준결승에서 거뜬하게 1등을 차지한 마이크의 우승 가능성을 조금 더 높게 내다봤다. 결정의 시간인 새벽 12시10분. 시청자 700만명의 투표 집계가 끝났다.

최종 발표에 앞서 사회자는 "두 가수의 득표수가 엎치락 뒤치락하며 불꽃 튀기는 경쟁을 벌였다"고 귀띔했다. 이어 사회자가 "마이크는 인생의 마지막 기회인 듯 모든 것을 걸고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고 소개하자 관중들은 우렁찬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운명의 여신은 토비아스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는 시청자들이 보내온 유료전화와 문자메시지의 절반을 넘게 차지해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한편 마이크가 출전한 이날 결선대회는 독일 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입장권의 액면 가격(45유로)이 인터넷 경매에서 4배 이상인 220유로로 껑충 뛰었다. 미처 입장하지 못한 팬들은 대형 텔레비전이 마련된 임시응원센터에서 현장상황을 지켜보며 환호했다.

쾰른=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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