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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우리도 대규모 열병식 준비하라" 맞불작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미 국방부가 대규모 열병식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WP)가 6일(현지시간) 전했다. 워싱턴 안팎에선 북한의 건군절 열병식(2월 8일)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강한 미국 재건’에 더욱 집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WP “국방부에 지시, 연내 열병식 개최할 수도” #트럼프, 작년 파리 열병식 참관한 뒤 찬사 #독립기념일, 현충일, 재향군인의날 중 택일할 듯 #

 WP는 익명을 요구한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군 고위급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프랑스와 유사한 열병식을 원한다’고 언급했다”며 “올해 말에 워싱턴에서 대규모 열병식이 열릴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혁명기념일 열병식을 지켜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EPA=연합뉴스]

지난해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혁명기념일 열병식을 지켜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EPA=연합뉴스]

영국 언론 익스프레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힘을 보여줄 열병식을 지시했고 이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겁먹게 할 것"이라며 "강력한 무기를 등장시키는 북한의 열병식과 같은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7월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파리 열병식에 참관한 뒤 “내가 본 최고의 열병식 중 하나다. 프랑스는 훌륭한 일을 해내고 있다”라고 찬사를 보낼 만큼 열병식에 큰 관심을 보였다.
당시 프랑스 정부는 프랑스 대혁명을 기념하기 위해 대규모 열병식을 열었으며, 미국의 1차 세계대전 참전 100주년을 맞아 트럼프를 파리로 초청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회동에서도 “미 독립기념일에 워싱턴에서 열병식이 열리길 원한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선 독립기념일과 메모리얼 데이(현충일)에 열병식을 개최하지만 군악대 행진 정도의 소규모다.

북한이 지난해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05주년 기념 열병식 때 공개했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진 노동신문]

북한이 지난해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05주년 기념 열병식 때 공개했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진 노동신문]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마이크 펜스 부통령,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 등과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열병식 개최를 주문한 것 같다”고 전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열병식 건은 아직 ‘브레인 스토밍’ 단계다. 구체화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도 “대규모 열병식을 위해서는 수십만 달러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해 4월 열병식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해 4월 열병식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열병식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열병식이 갖는 의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AP통신 등은 “열병식은 한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군사력의 핵심 전력들을 대외적으로 공개하는 자리”라며 “이는 다른 나라들에게 우리가 이런 막강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니 넘보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의 힘을 과시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의도라는 얘기다.

열병식 개최 준비에는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관여하며, 개최일은 독립기념일(7월 4일), 메모리얼 데이(5월 마지막 월요일), 재향군인의 날(11월 11일)이 후보라고 미 언론들은 전망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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