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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항의 사태…진상파악 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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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야는 투표당일까지도 불법·부정선거에 대한 상호비방과 성명을 계속.
민주당의 박종률 부 본부장은 25일 오후8시35분쯤 서울 송파 을구의 문정동 사무소 내에서 민정당을 정판옥씨가 미리 작성된 명단을 놓고 현금 2만원이든 봉투를 건네주면서 받은 사람들에게 도장을 찍게 하는 것을 민주당원이 발견, 80명의 명단을 압수했으며 25일 오후10시15분쯤 인천의 명화섭 후보 사무실에 괴 청년 3백여 명이 들어와 유리창·집기 등을 파괴하는 난동을 부렸다고 주장.
박 총장은 또 26일 새벽에는 서울 옥인동 해동화재보험 앞에서 민정당원 김동석씨가 주민들에게 2만원이 든 봉투를 돌리는 것을 발견했다고 공개.
민정당 손주환 대변인도 26일 성명을 발표,『민주당 총재권한대행 김명윤 후보가 현직공무원(재무부 사무관)인 아들을 시켜 돈 봉투를 유권자들에게 돌리다 경찰에 적발 된데 대해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

<중앙선관위>
중앙선관위 5층에 마련된 투·개표종합상황실은 각 시-도 단위 선관위와 직통전화·팩시밀리 등을 설치하고 요원 60여명을 총괄·집계·지도 반으로 나누어 득표상황을 점검.
상황실은 이번 선거가 소선거구제인데다 부정선거 시비 속에 치러지는 만큼 투·개표를 둘러싼 후보간의 날카로운 신경전이 예상돼 다른 어느 때와 달리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업무를 진행.
이날 오전에는 제주 MBC-TV 방송사고와 관련, 선관위 측에『엄정한 개표를 보장하라』는 전화가 오기도.
중앙선관위의 주산 유단자로 구성된 12명의 집계요원은 이날 오전 9시부터 2시간 간격으로 주판을 사용, 집계 작업을 실시.
선관위 측은 이번 총선 투표율이 85년 야당돌풍의 2·12총선(84·6%) 때와 참여 폭발현상을 보였던 지난 대통령선거(89·2%)때보다 떨어지겠으나 그 폭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
이날 오후1시 현재 전국의 투표율은 48·0%로 85년 2·12총선(52·9%) 때보다 다소 떨어지는 추세. 그러나 87년 대통령선거(45방%)때보다 높은 셈. 이 숫자는 지난 81년 11대 총선 때와 비슷한 것으로 선관위 측은 2·12 총 선과 지난 대통령선거가 모두 겨울철에 치러졌기 때문에 오전 시간대별 대비로 투표율을 전망하기는 어렵다고 설명.
선관위 측은『소선거구제에 따라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서로 독려하고, 날씨가 좋아 야외 나들이를 하기 위해 서둘러 투표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어 오전 투표율은 다른 때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고 분석.
이 시간 현재 지역별로 보면 경북이 57·8%로 가장 높으며 서울이 39·8%로 최저.
투·개표업무에 돌입한 각 지역 선관위는 제주 MBC-TV의 방송사고가 물의를 빚으면서 컴퓨터 조작시비를 다시 일으키자 곤혹스런 모습.
선관위의 한 관계자는『주판알 하나를 갖고 공신력으로 버텨 온 선관위가 방송사의 실수로 컴퓨터 논쟁에 휘말려야 하느냐』며 방송사의 부주의를 탓하기도.
한원도 사무차장은『국회의원 선거는 개표현장에서 당락을 선언하기 때문에 컴퓨터 조작 설이 나돌더라도 근거를 잃을 것』이라면서『제주선관위가 방송사 측에 강력한 해명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고 강조.

<민정>
관훈동 중앙당사에 설치된 상황실에는 전국에서 투표 상황이 속속 들어오는 등 긴박한 분위기.
채문식 대표위원이 아침부터 당사를 지키고 영월에서 투표를 마친 심명보 사무총장도 급히 귀 경해 전 당직자들과 함께 철야태세.
민정당 선거관계자들은 선거 막바지에「권중동 사건」에 이어 제주MBC-TV의「예행연습 실수」가 터지자『장세가 올라가던 마당에 이 무슨 악재들이냐』며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
조경목 사무2차장·손주환 선거대책본부대변인등 홍보대책위원들은『가뜩이나 야당이 대통령선거결과를 컴퓨터조작으로 몰아붙이는 판에 구실을 또 하나 주게 됐다』며 26일 새벽까지 대책회의를 열고『야당은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말라』는 성명을 발표.
한 관계자는『골프에 져도 1백가지 이유를 댄다는데 야당이 이번 총 선에서 패배하면 이 사건을 구실로 별의별 얘기를 다하지 않겠느냐』고 말하고『권 의원 파문과 이번 MBC-TV실수로 서울의 백중 세 몇 곳을 포함해 수 개 의석을 잃을지도 모르겠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
손 대변인은『컴퓨터 부정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는 것은 중계를 잘못해 야구경기에서 졌다는 것과 똑같은 얘기』라고 하면서도『야당의 이런 주장이 먹혀드는 유권자의 계층이 어떤 사람들이냐』고 물어 문제가 간단치 않음을 시사.
한편 당의 홍보관계자들은 26일 현재 당 상황실에 보고된 야당의 부정선거운동사례는 △금품공세 5백18건 △유언비어 및 흑색선전 1백97건 △폭행 및 폭력 1백33건 등 모두 1천2백81건이라고 발표.
한편 이날 오전 당사엔 종로에 출마한 이종찬 후보가 찾아와 채 대표에게 당선인사(?)를 하는 여유를 과시했는데 이 후보는『여론조사결과 내가 36대27로 앞섰다』며 승리를 장담.
「권중동 악재」를 만나 25일 긴급회의를 갖고「제명」이라는 강력 응급처방을 내렸던 민정당 지도부는 애초 당의 사퇴종용에 권 의원이 응할 것이라던 채문식 대표위원의 장담과는 달리 권 의원이『국민의 심판을 받겠다』고 버티자 또 다시 당황하는 모습.
특히 현재 백중지세를 유지하고 있는 몇몇 대도시후보들에게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힐 것으로 판단되자 채 대표위원 등은『모자라는 사람』등의 표현으로 심한 불쾌감을 표시.
감정과는 달리 법적 제명이 현재로선 기술적으로 불가능해 권 의원의 후보자격 상실이 난망 해지자 민정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

<민주>
26일의 중림동 민주당 중앙당사는 각 지구당과 시민들이 전하는 여당 측의 물품공세·폭력행위·흑색선전 등 각종 부정선거사례가 속속 입수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지시하는 당직자 및 당원들의 고함소리가 터져 나오는 등 긴박한 분위기.
김명윤 총재대행과 박종률 선거대책본부 부 본부장은 이날 아침 당사에 나와 취합된 부정선거사례를 보고 받고 대책을 논의했는데, 특히 제주 MBC-TV총선 결과 시험방송 사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를 놓고 외부와 수시로 전화를 걸면서 심각한 표정으로 숙의.
당사에는『제주 MBC-TV 시험방송을 볼 때 조작이 사실 아니냐』는 항의전화가 새벽2시까지 쉴새없이 와 다른 업무를 할 수 없을 정도였다는데, 김 대행은 이 문제에 대해『방송사 측이 해명하고 있지만 사건자체가 상식 선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워 구체적인 경위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며『현지지구당에서는 총선 보이코트 얘기가 나오고 있으나 우선 그 같은 결정을 내리지 말고 사건의 배후를 좀더 철저히 파악하라고 했다』고 설명.
민주당은 30여명의 정예 청년당원으로 기동대를 구성, 부정 투·개표 사례가 접수될 때마다 현장으로 출동시켜 강력히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
박 부 본부장은『부정선거 감시와 동시에 기권방지를 위해 가두방송을 최대한 실시할 방침』이라고 피력.
박 부 본부장은『어젯밤을 꼬박 새우며 전국 상황을 보고 받았는데 이번 선거는 한마디로 금권·폭력선거였다』고 개탄하고『선거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모르지만 국회가 제대로 구성될지 의문』이라고 미리부터 총선거 이후의 정국을 우려.
민주당은 부산지역에서 전승을 장담하고는 있으나 실제결과가 어떻게 될지 안절부절.
김영삼 전 총재 자신도 부산지역 결과에 대해 분명한 예상을 못하면서 부정선거만 맹렬히 공격.
26일 아침 투표를 마치고 나온 김 전 총재는 자신의 서구 지구당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자청, 내 외신기자 10여 명이 모인 가운데『평생 민주주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쳐 왔고, 또 많은 선거를 치러 봤지만 이번처럼 폭력과 금품·관권이 난무하고 조직적인 부정행위가 자행된 예는 없었다』고 지적하고『군 출신인 전두환·노태우 세습정권이 그들의 타성대로 선거가 아닌 전쟁을 치르는 것이며 제2의 5·17쿠데타』라고 높은 톤으로 격렬히 비난.
김 전 총재는 제주 MBC-TV가 개표방송을 한 것과 관련,『이는 투·개표 조작을 입증하는 것으로 지난 대통령선거 때의 컴퓨터부정을 재연하려는 것』이라고 주장.
김 전 총재는 이날 일부 투표소를 방문, 투표 종사자들을 격려한 뒤 오후엔 자신의 숙소인 동양관광호텔 10층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부산지역 후보들과 함께 부산. 경남지역 개표상황은 물론 전국상황을 점검할 예정.
민주당은 전국적 타락선거 사례와는 달리 서울지역에서 25일부터 민주당바람이 일어 지지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오자 제1야당을 걱정하던 당직자와 당원들이 안도하는 표정.
박 부 본부장은『그렇게 안타깝게 기다리던 바람이 안 일어나 선거기간 내내 노심초사했는데 25일 오후부터 서울의 다수 지구당에서 피부로 느낄 정도의 민주당 지시여론이 돌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면서도『과연 선거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라고 조바심.

<평민>
평민당은 투표일인 26일 종합상황실과 상담실을 풀 가동해 부정선거대비 비상체제에 돌입.
비상대책 반은 또 지구당에서 계속 보고되고 있는 부정·탈법사례에 대해 선별적으로 조사단을 현지에 급파한다는 계획.
평민당은 특히 5일의 MBC-TV 제주방송국 총선 개표결과 사전 방영사건에 대해서도 26일 오전 이동진 총재특보를 단장으로 하는 3명의 조사단을 제주로 급파.
평민당은 또 이 사건과 관련, 26일 오전「반 민정당 총선 투쟁연합」·한겨레 당·민중의 당대표들과 함께 서울 중구 삼각 동에서 회동, 대책을 숙의.
평민당의 김경재 선거대책본부 대변인은 26일 이와 관련해 성명을 발표,『이번 사건으로 대통령선거에 이어 또다시 컴퓨터 사전입력 조작이 계획되고 있다는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선관위집계보다 앞선 개표집계를 부정개표 음모로 간주한다 △야당참관인은 모든 개표장에서 전 개표과정을 자유롭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민정당 정권은 부정 개표음모를 즉시 포기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평민당 중앙당사는 25일부터 철야 근무한 부정선거 비상대책 반이 현지 부정사례보고 등을 취합하며 부산히 움직이는 반면, 26일 오전엔 김대중 전 총재가 자택에서 쉬고 있고 박영숙 총재권한대행이 서울지역 일부 투표소를 순방하느라 중앙당사의 당 지도부는 모두 비어 한산한 분위기.
한편 평민당은 인천 북 을구 지영길 후보의 선거공보에 지 후보의 얼굴과 이름이 뒤바뀐 사건에 대해 이번 선거를 북 을구 서는 보이코트하기로 결정, 참관인등을 내지 않기로 했다.
최영근 선거대책본부장은『현행법상 인정된 선거운동이 세 번의 합동유세와 선거공보를 통한 홍보가 전부』라면서『선거 무효소송을 내면 반드시 이길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평민당은「황색바람」이 거세게 분 광주·전남지역에서 완승을 예상하고 있는데『광주는 5개지역 전승, 전남은 18개 지역에서 완승을 거둘 것』이라고 예상. 당 대책본부는 광주 상황을 체크하고 있는데 여당의「봉투작전」등 막판 물량공세, 경찰의 편파적인 운동원 연행 등 공권력의 가입만 막으면 된다고 주장.
광주 서갑구의 정상용 후보측은 지역의 30개 투표소에 8∼9명씩의 운동원을 배치, 투표감시에 나섰으며 북구의 정웅 후보측도 야당 운동원들은 활동을 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비난.
그러나 광주지역에선 이날 오전까지 이렇다 할 불상사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분위기.

<공화>
중앙당사는 선거일인 26일 철야 태세를 갖추고 전국투표상황 보고를 받으며 조용한 가운데 긴장된 모습.
3층 종합상황실은 25일 밤늦게까지 각 선거구별 연락사항과 지원내용을 점검하는 당직자들로 붐볐으나 26일 철야작업을 위해 김용태 선거대책위원장이 귀가를 지시.
김 위원장은 각 지구당에 △투·개표 참관인은 25일 충분한 휴식을 취할 것 △청년기동대를 달동네 등에 풀어 26일 새벽으로 예상되는 민정당의「서민들과의 대화」라는 명목의 금품살포를 차단할 것 등을 지시.
선거운동 기간 중 연고지 지원활동을 벌였던 사무처 요원들도 모두 귀경, 비상상황 근무에 들어갔으며 김 위원장을 비롯한 당직자들도 투표 후 당사에서 개표상황을 지켜볼 예정이어서 중앙상황실을 부 총재실까지 칸막이를 헐고 확장.
또 후보의 사진 등 이 수록된 대형 상황판에다 당선확정과 함께 표시할 금배지 모양의 5cm크기 금 박지를 준비.
공화당은 선거일인 26일 아침에는 그 동안 강남지역에서 좋은 호응을 받은 당 유니폼을 입고 전 지구당에서 청소를 실시하고 투표구에서 1백m이상 떨어진 곳에 포장마차를 설치해 투표하러 가는 사람, 혹은 마치고 나오는 사람에게「공화 코피」를 제공.
한편 25일 저녁 제주 MBC-TV에서 제주시 개표결과를 알리는 방송이 흘러 나왔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대책을 검토.
대책위원들 사이에는 선거 무용론과 함께 신중론까지 다양하게 제기됐으나 일단 정성진 대변인이『MBC의 방송실수로 민정당의 부정선거 음모가 백일하에 드러났다』고 비난하는 성명을 내고 그 이상의 대응은 다른 야당들과 보조를 맞추기로 결론.
김용태 위원장은 26일 오전 투표를 마치고 당사에 들러 잠시 회의한 후 시내 몇 개 지구당을 방문, 당원들을 격려.
김 위원장은『최선을 다했으니 이제 당선 축하만 해주면 된다』며 개표결과를 낙관했는데『여당의 금권·관권 개입이 지나쳐 후보들이 고생이 많았다』고 평가.
김종필 총재는 25일 자신의 선거구인 부여에서 투표하기 위해 내려갔는데『오랫동안 비워 둔 곳이라 첫 분위기는 썰렁하더라』고 소감을 피력.
김 총재는 이날 부여로 가는 도중 음성(위원장 이재철) 대전중구(김홍만) 공주(윤재기) 논산(김제태) 서천(조중연)지구당에 들러 마지막 선전을 당부.
공화당은 25일 밤11시50분쯤 청원군 남일면 운동국민학교 앞 도로에서 윤석민 공화당 후보의 선거운동원 11명이 남일면 일대를 봉고 차로 다니며『윤 후보의 사퇴는 정부·여당의 압력에 위한 것』이라고 알리고 다니던 중 20대 불량배 13명이 나타나 길이 1m50cm가량 철근으로 봉고 차 유리창 등을 파손, 공화당 운동원들을 구타하고 담뱃불로 지지며 충북 5바3800호 봉고 차에 태워 청원군 민정당사에 감금했었다고 주장.
정 대변인은『이 밖에도 1개 면에 봉고 차 2대씩 배치,「윤석민을 살리자」는 전단을 뿌리던 봉고 차 및 승용차 16대가 크게 부서지고 청년당원 함상기씨 등 50여 명이 중상을 입고 새 서울병원·청주병원 등에 분산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발표.
그러나 이에 대해 민정당 측은 윤 후보가 정식 사퇴하지도 않고 흑색작전을 펴는 것이라면서 압력설을 부인. 한 당직자는 국가에 수천 억 원의 피해를 입혀 놓고 버젓이 출마해 돈질을 하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인데 비열한 자해전법을 쓴다고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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