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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종호판사가 부산 여중생 폭행 가해자에게 10번 외치게 한 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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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통 판사로 알려진 천종호 판사(좌)와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당시 CCTV화면(우)[중앙포토]

호통 판사로 알려진 천종호 판사(좌)와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당시 CCTV화면(우)[중앙포토]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의 가해 학생 중 한 명이 피해자 앞에서 눈물로 사과했다. 이 과정에 '호통 판사'로 알려진 천종호 부산가정법원 부장 판사가 있었다.

지난 2일 천 판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최근 부산가정법원 소년 법정에 여중생 폭행사건의 피해학생 A양이 출석한다고 전했다.

이날 A양은 폭행사건 직전 벌인 다른 가벼운 비행으로 법정에 섰다.

A양을 만난 천 판사는 "너를 때린 아이 중 누가 가장 밉냐"고 물었다.

그러자 A양은 "4명 중 B와 C가 제일 밉고, 그다음이 D이고, 그다음이 E"라고 답했다.

천 판사는 이날 재판 전 A양과 D양이 어느 정도 화해한 것 같다는 주변의 이야기를 듣고 A양 모르게 법정에 D양을 오게 했다.

D양은 다른 가해 학생보다 폭행이 경미해 지난해 말 소년 법정에서 보호처분을 받은 상태다.

천 판사는 법정에서 D양에게 "A야, 미안하다. 용서해라"를 열 번 외치게 했다.

D양은 천 판사의 말에 따라 무릎을 꿇고 진심으로 용서를 빌다가 울음을 터트렸고, 나중에 A양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는 후문이다.

D양은 A양에게 "제가 친구 입장이 되어보지 못하고 때려서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A양은 D양과 화해한 것이 맞느냐는 천 판사의 질문에 "여러 번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반성하는 것 같아서 용서했다"고 답했다.

천 판사는 이날 A양에게 소년보호처분 중 가장 약한 1호 처분(보호자에게 위탁하는 처분)을 내리면서 A양에게 청소년 회복센터 청소년을 대상으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2인3각 멘토링 여행'을 제안했다.

천 판사는 재판이 끝난 뒤 A양에게 "너, 내 딸 하자"라며 "누가 또 괴롭히거든 나랑 같이 찍은 사진 보여주고 힘들면 언제라도 연락해"라고 말했다.

A양은 며칠 뒤 천 판사에게 보낸 편지에서 "솔직히 D양을 용서할 수 없어야 하는 건데, 자존심을 굽히며 무릎 꿇고 울면서 사과하는데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지금껏 가수를 꿈꾸며 엄마에게 아픔만 드렸는데, 앞으로 엄마를 행복하게 해주겠다"며 "앞으로 착하게 살 것이기 때문에 판사님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가끔 뵙고 싶다"고 편지를 마무리했다.

한편, A양을 폭행한 혐의로 부산지법 서부지원 법정에 섰던 가해 학생 B, C, E 양은 "죄책감을 느끼고 변화의 의지와 개선 가능성이 있다"는 재판부 판단에 따라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돼 형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게 될 예정이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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